기재부, 축소문제에 "검토한바 없다" 선 그어…올해 세법개정 꼬일수 있어 '신중'
부동산투기를 잡기위한 임대사업자 세제혜택을 축소하는 문제를 놓고 정부부처가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김현미 국토장관은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줄이겠다고 밝힌데 반해 기획재정부는 임대사업자 세제혜택축소를 검토한바 없다고 선을 긋고 있는 상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임대주택 등록제의 세제 혜택을 줄이는 방향으로 관계부처와 개편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당의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강화 요청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라는 입장이다.
김 장관은 지난달 31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등록 임대주택에 적용되는 세제 혜택이 투기꾼들에게 과도한 선물을 준 듯 하다”며 “세제 혜택을 일부 축소하기로 기획재정부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임대 등록 활성화는 무주택자가 안정적인 임대료로 8년 이상 거주할 수 있게 하는 효과가 있다”면서도 “지금 이걸로(임대사업자 등록으로 세금 감면 혜택을 받아) 집을 새로 사는 수단으로 역이용하는 경향이 일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부동산카페에 가면 혜택이 많으니까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고 사자’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이 많다. (임대사업자가) 집을 많이 살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처음 정책을 설계했을 때 의도와 다르게 나타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정부에 종합부동산세 강화를 요청한 데 대해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면 (서울 집값이) 많이 잡힐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국토부와는 이 문제를 놓고 입장과 시각을 달리한다. 기재부는 임대사업자의 세제 혜택을 줄이는 방안과 관련해 “검토한 바 없다”며 선을 긋고 있는 상태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토부 입장에선 부동산투기를 잡기위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지만 기재부는 아직까지 공식 혐의요청을 받은 바 없고 앞으로 논의 방향을 두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재부가 이달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세법 개정안에도 임대사업자 등록에 따른 혜택이 담겨 있는데 세제 혜택을 당장 줄이면 기재부의 세법 개정이 꼬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임대사업자 세제혜택 축소에 신중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문재인정부는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을 활성화하기 위해 세금 감면 혜택을 부여해 왔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취득·재산세 감면, 임대소득세 감면 확대, 양도세 감면 확대, 건강보험료 부담 완화 등의 혜택을 받는다.
한편 정부가 부처 간 조율을 거쳐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축소할 경우 이들에 대한 혜택은 언제부터 얼마만큼 줄어들게 될까.
국토교통부는 일단 적용대상을 새로 집을 사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다주택자로 잡고 있다. 투기세력이 임대등록에 따른한 세제혜택이 많다는 점을 이용해 새집을 사들이는 수단으로 악용해 주택가격이 과열상태를 빚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3일 “기존에 갖고 있는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는 경우가 아닌 서울 등 시장 과열지역에서 새로 집을 사면서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려는 다주택자부터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앞으로 줄이겠다는 세제 혜택 부문은 양도세와 종부세가 유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연구원은 “임대주택 등록시 올해 4월부터 시행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벗어날 수 있다 보니 사실상의 ‘피난처’가 됐다”며 “결국 이러한 세제 혜택은 돈 있는 사람들의 투기를 도와주는 꼴이라는 지적이 컸던 만큼 이를 대폭 손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다주택자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 제외되고, 내년부터 강화되는 종부세 합산에서도 배제된다. 또 재산세와 임대소득세, 건강보험료도 일부 감면 혜택을 받고 있다.
아울러 세제혜택 축소방안을 적용하는 구체적인 지역에 대한 기준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서울 등 일부 과열지구로만 뭉뚱그려 언급한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집값이 일정 이상으로 오른 지역을 대상으로 핀셋 규제를 하기 위해 정량적 기준을 마련할 지, 아니면 현재 투기지역·투기과열지역 등으로 나눈 규제 지역을 대상으로 할 지에 대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