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과 카카오가 함께 국내 첫 의료데이터 회사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가칭) 를 설립키로 했으나 개인정보 활용 등 의료사업에 대한 각종 규제가 정비되지 않은 상태여서 상당기간 동안 경영내지는 수익활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의료빅데이터 시장이 앞으로 급성장할 유망시장으로 떠오르고 있고 정부·국회가 규제완화 움직임을 보이자 현대중-카카오를 시발로 국내대기업들이 발 빠르게 시장에 진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지주회사인 현대중공업지주가 카카오의 투자 계열사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가장 가장 먼저 닻을 올렸다. 양사는 29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의료 데이터 전문 합작법인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가칭) 설립 계약을 맺었다. 합작법인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는 현대중공업지주와 카카오인베트스트먼트가 50억원 씩 출자해 총 100억 원의 자본금으로 출범한다. 물론 이 회사의 운영에는 서울아산병원이 함께 한다.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의 플랫폼을 통해서는 각종 의료정보가 제공된다. 병원 전자의무기록(EMR), 임상시험 정보, 예약 기록, 의료기기 가동률 등의 정보가 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상태로 가공된 형태로 제공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당분간 의료 서비스 질을 높이려는 중소형 의료기관이나 희귀 난치성 질환 극복을 위한 신약 개발을 하는 제약회사, 인공지능(AI) 기술을 확보하고도 데이터를 구하지 못해 인공지능 학습을 못 시키고 있는 창업벤처회사 등에 데이터를 제공할 계획이다.
앞으로 대기업들의 의료데이터시장 참여는 잇따를 전망이다. 잠재력이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의료 빅데이터 시장이 2023년 5600억원으로 2013년 대비 6.5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문제는 현대중공업과 카카오가 만든 의료 빅데이터 회사가 상당기간 활동에 제약을 받아 영업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가 쉽지 않다는데 있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개인정보 중에서도 ‘민감정보’에 꼽히는 건강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면서 빅데이터 사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장애요인이라고 지적한다.
또 개인의료정보를 어느 수준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안 돼 있고 언제쯤 합의가 이뤄질는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치열한 논란이 예상된다. 최규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위원장은 “(심의위에서) 개인 건강정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조심스럽게 접근하자는 차원에서 시범사업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진행하기로 했는데, 민간 병원과 민간 기업이 치고 나온 모양새라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지주·아산병원·카카오측은 규제가 완화되면 사업영역이 확대될 수 있으나 언제든 현행 법령에 허락된 범위 안에서 사업 활동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사업 초기 단계여서 아직 데이터를 주고받는 절차, 방법이나 수익모델에 대해 구체화한 게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