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은 삼성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을 역임한 박근희(65) 삼성생명 고문을 CJ대한통운 부회장으로 영입했다고 10일 밝혔다. 재계에서는 '삼성맨' 출신인 박 부회장의 CJ행을 계기로 삼성과 CJ 두 그룹의 화해 무드가 조성될지 주목한다.
삼성가(家)인 두 그룹은 고 이병철 회장의 유산을 둘러싸고 장남 고 이맹희 CJ 명예회장과 삼남인 이건희 삼성 회장이 수조원대 상속 소송을 벌이고 선대 회장 추모식을 따로 갖는 등 불편한 관계가 이어져왔다,
박 부회장은 1978년 삼성공채 19기로 삼성 SDI에 입사해 기획담당 이사를 지낸 뒤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부사장), 삼성그룹 중국 본사 사장 겸 삼성전자 중국 총괄 사장, 삼성생명 대표이사 부회장 등을 역임한 경영전문가다.
CJ 관계자는 "박 부회장은 삼성에서 쌓아온 오랜 관록을 토대로 CJ대한통운 경영 전반에 대한 자문과 CJ그룹 대외활동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CJ가 삼성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이후 삼성 최고위급 인사가 CJ로 자리를 옮긴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인사에 대해 이재현 CJ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전교감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2월 집행유예로 석방된 뒤 이재현 회장을 따로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이를 계기로 고 이맹희 CJ 명예회장과 동생 이건희 삼성 회장을 둘러싼 두 그룹의 오랜 갈등 관계가 해소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선대의 ‘형제 간 다툼’은 지난 2008년 이른바 ‘삼성 특검’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차명 주식이 발단이 됐다. 특점 조사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이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에게 상속 받은 4조5000억원 규모의 차명 주식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고 이맹희 명예회장은 지난 2012년 여동생 이숙희씨 등과 함께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차명 주식에 대한 분할을 요구, 유산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에서 패소한 고 이맹희 명예회장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소송전은 막을 내렸지만 앙금은 가시지 않았다. 특히 그 과정에서 삼성 계열사 직원이 이재현 회장을 미행하는 사건까지 터지면서 두 그룹 간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최악의 상황으로 흐르던 두 그룹 간 관계는 지난 2014년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이재현 회장의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범(汎) 삼성가에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진정 국면으로 전환됐다. 탄원서 제출자 명단에는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재용 부회장 등이 포함됐다. 지난 2015년 이맹희 명예회장이 별세했을 때에도 홍 전 관장과 이재용 부회장 등이 빈소를 찾아 위로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채욱 CJ부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일선에서 물러난 뒤 CJ그룹 내 대외 활동을 전담하는 고위직이 없어 내부 경영에 무게를 둬야하는 박근태 CJ대한통운 대표이사가 대외 업무까지 도맡아 온 상황이었다”며 “그룹 내에서는 대외 업무를 전담할 고위직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CJ 측은 “그동안 관록을 바탕으로 대한통운에 대한 자문 역할과 함께 그룹 대외 활동을 총괄 책임지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