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나라만 일자리 불황인가
왜 우리나라만 일자리 불황인가
  • 조휘갑
  • 승인 2018.07.1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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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휘갑 칼럼] 좋은 일자리는 국민 행복의 기본 토대가 된다. 분배든 복지든 좋은 일자리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최선이다. 세금을 나눠 주는 것은 불가피한 보완적 방법일 뿐이다. 빈부격차, 저출산, 비정규직 등 사회의 제반 문제가 일자리와 직결되어 있다. 따라서 어느 정부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최우선 정책과제가 되어야 마땅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일자리 정부’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래서 대통령 자신이 일자리위원장을 맡고 집무실에 일자리상황판까지 내걸었다. 일자리 창출은 어느 정부건 중요한 국정과제였지만 성장정책의 일환으로 다뤄졌다. 이에 비하면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출발부터 산뜻한 감을 줬다. 정책의 최우선을 일자리에 둘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일자리 성적표는 참담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실업률은 3.7%이고 청년실업률은 9.0%다. 청년실업률에 알바생과 취업준비생을 더한 청년확장실업률은 22.9%다. 청년실질실업률이란 개념도 있다. 실업자 통계에 잡히지 않는 “그냥 쉬고 있다”는 사람들과 “급여나 근무여건이 낮은 회사에 하향입사해서 더 좋은 취업을 준비를 하는 사람들”까지 확장실업률에 추가한 개념이다. 청년실질실업률은 33%쯤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청년 셋 중 하나가 일자리로 고통 받는 셈이다.

근래 미국 일본 독일 중국 인도를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세계적 경기 상승국면을 타고 일자리 호황을 맞고 있으나 유독 우리만 일자리 불황이 심각하다. 우리는 선진국들과 반대로 갔기 때문이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보다 온갖 규제를 방치하고 친(親)노동 일변도 정책을 추진한 결과다.

좋은 일자리는 대부분 기업의 투자나 혁신에서 만들어진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기피한다. 기업하기가 힘든 환경 때문이다. 인터넷은행, 핀테크, 스마트팜, 우버택시, 줄기세포, 의료 민영화, 원격의료, 드론 등 혁신 산업은 어느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다. 이해관계집단과 각종 규제가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현 집권당이 야당 시절 진보단체와 함께 반대했던 것들이기도 하다.

대기업 강성노조들은 경쟁국들에 비해 노동생산성은 훨씬 뒤처지면서도 더 많은 임금을 받겠다고 파업을 연례행사로 벌인다. 현대차는 우리보다 더 잘사는 나라들의 도요타, GM, 폭스바겐보다 생산성이 낮지만 임금은 이들보다 더 많이 받는다. 그런데도 현대차노조는 해마다 파업을 반복한다. 현대차는 1997년 이후 해외에 공장을 잇달아 세우면서도 국내에는 단 한 곳도 신설하지 않았다. 바보가 아니고서야 누가 국내에 투자하겠는가. 노동개혁이 없이는 일자리 만들기를 기대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대책은 세금으로 공무원을 증원하는 것과 중소기업 신규취업자의 적은 임금을 지원해 주는 것이 핵심이다. 작년에는 11조 원 규모의 막대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여 일자리 마련에 나섰지만 창출된 일자리의 태반은 노년층의 알바 등 단기 일자리였고 청년 일자리는 미미했다. 지난 3월 발표한 청년일자리대책은 중소기업 취업청년에게 3년간 해마다 약 1000만원의 재정·세제·금융 지원을 제공해 연봉을 대기업수준(3500만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자리 추경 3조9000억 원을 또 편성했다. 당장 의문이 생긴다. 3년 후는 어떻게 되느냐. 신입사원만 혜택을 주면 웬만한 경력의 선배사원보다 연봉이 많아진다. 선배사원들이 자기들도 지원해 달라고 하면 나라곳간을 또 헐 텐가. 세금 퍼부어 일자리 만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 정책이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고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보다 노동단체와 진보집단의 편에 서는 정책 선택으로 기업 투자를 오히려 어렵게 했다. 원자력발전소 폐지가 대표적이다. 정부의 할 일은 일자리 창출에 직접 나서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도와주는 것이다. 정부 역할에 대한 기본인식을 바꿔야 한다. 노동개혁과 규제개혁은 집권세력 전체가 힘을 합해야 가능하다. 전에 우호적이었더라도 집단이기로 개혁을 방해하면 전체 국민의 이익을 앞세워 선을 그어야 한다. 시장경제 원리에 충실해야 좋은 일자리 성과를 낼 수 있다.

2015년 한국을 방문한 모디 인도 총리는 투자 유치를 위해 체류 시간의 대부분을 기업 방문에 할애했다. 지금 인도는 투자 유치에 힘입어 유례없는 일자리 붐이다. 얼마 전 인도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삼성전자 현지 공장 준공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국내에서도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우리나라 투자환경의 실상을 정말 몰라서인지, 아니면 의례적으로 해본 소리인지 궁금하다. 기업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찾아 떠난다. 결국 나쁜 기업환경이 우리나라 청년들이 취업해야 할 좋은 일자리를 해외로 쫓는 것이다. 정부는 국민의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에 진력해야 한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조휘갑 ( wkapcho@hanmail.net )
사단법인 선진사회만들기연대 이사장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초빙교수
(전)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원장
(전) 공정거래위원회 정책국장, 사무처장, 상임위원
(전) 경제기획원·통계청 과장/국장, The World Bank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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