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스페인 등 남유럽 정치불안이 확산되면서 유럽은 물론 미국과 아시아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탈리아발(發) 유럽의 분열 위기가 또 다른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헤지펀드계의 큰손인 조지 소로스는 “유럽이 실존적 위기에 처했다”며 “우리는 또 다른 대규모 금융위기를 향해 가고 있는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2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58%의 급락세로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하락 마감했다.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한 것은 앞서 열린 유럽증시의 불안이 전이된 탓이다.
이탈리아는 과거 위기가 발생한 PIGS(Portugal·Italy·Greece·Spain) 국가 가운데 하나로 과거 그리스 사태처럼 유로존 탈퇴 가능성과 맞물려 금융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변수로 부상할 조짐이다.
이날 유럽시장은 80일 넘게 정권 공백 상태를 보여온 이탈리아가 오는 7월 또 총선이 치를 가능성이 제기되고 총선 결과 이탈렉시트(이탈리아의 유럽연합 탈퇴, Italexit)가 본격 추진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면서 일제히 급락했다.
이번주 중 총리 불신임투표가 예고된 스페인 역시 투자심리 불안을 부추겼다. 이탈리아 밀라노증시의 FTSE MIB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65% 하락했으며 독일 DAX지수와 프랑스 CAC지수도 각각 1.53%와 1.29% 떨어졌다.
주목되는 것은 이탈리아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다. 아르헨티나와 터키가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이른바 ‘긴축 발작’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져든 가운데, 유럽연합(EU)에서 경제 규모가 세번째로 큰 이탈리아에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유럽은 2011~2012년 그리스가 재정위기를 겪으며 유럽연합 탈퇴를 시도해 큰 혼란을 겪은 바 있다.
이에 금융시장의 투자자들은 이탈리아 국채를 팔아치우고, 독일 국채와 미국 국채를 샀다. 2년만기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지난 15일까지도 마이너스 금리(연 -0.075%)였으나 29일 연 2.767%까지 폭등(가격하락)했다.
이탈리아의 경제 규모는 독일, 프랑스에 이어 유로존 3위로, 그리스의 10배 수준이다. 국가부채가 2조3023억 유로로 국내총생산의 130%에 이른다. 이탈리아 국채 금리 급등 영향으로 스페인, 포르투갈 등 남유럽 국가들의 국채 금리도 이날 크게 뛰었다. 유럽의 주요 은행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유로화 가치도 달러에 견줘 0.73% 떨어졌다.
이탈리아발 위기에 대한 공포감은 30일 아시아증시도 뒤흔들었다. 코스피는 외국인·기관투자가들의 강한 매도세로 장중 한때 2,400선 아래까지 밀린 끝에 1.96% 떨어진 2,409.03에 장을 마쳤다. ‘한국판 공포지수’인 코스피200변동성지수는 전일보다 20.03%나 오른 15.52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