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융소비자 보호 최우선…"영이 안 선 금감원 권위 바로 세울 것"
김기식, 금융소비자 보호 최우선…"영이 안 선 금감원 권위 바로 세울 것"
  • 이동준 기자
  • 승인 2018.04.0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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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사 "금융사 불건전 영업으로 피해사례 빈발..가계부채문제 대해 '약탈적 대출' 주장도"
▲김기식 신임 금감원장
▲김기식 신임 금감원장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은 바닥에 떨어진 금융감독원의 권위와 위상을 확립하면서 그동안 칼을 휘두르고 위엄만 내 세우기 보다는 금융소비자보호에 중점을 두는 감독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2일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통해 금감원의 역할에 대해서는 금융시장 안정을 유지하고 영업행위를 감독하며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금감원이 금융사와 금융사 건전성 유지를 우위에 둔 채 금융소비자 보호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사 불건전한 영업행위로 금융소비자 피해 사례가 빈발하고 가계부채문제에 대해 일각에서는 '약탈적 대출'이라는 주장까지 제기하는 상황"이라며 "건전성감독과 금융소비자보호 간에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감독기구 위상을 유지하는 길"이라고 강조했였다.

김원장은 "금융감독기구는 권위가 중요함에도 여러 논란에 휘말리면서 감독당국으로서의 영(令)이 서야할 금융시장에서 조차 권위가 바닥에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선 금융개혁을 열망하는 국민들의 기대치를 만족시키기란 요원하다"면서도 "감독당국의 권위와 위상을 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책기관과 감독기관의 역할에 대해서는 "정책과 감독은 큰 방향에서 같이 가야 할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지만 정책기관과 감독기관의 역할은 분명히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감독의 원칙이 정치적, 정책적 고려에 의해 왜곡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금감원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국민이 금감원에 부여한 권한을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데만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금감원 직원들에게 "감독당국으로서 권위는 칼을 휘두르며 위엄만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시장으로부터,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을 때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점을 함께 인식해 달라"고 당부했다.

"가계부채 문제는 약탈적 대출 탓"가산금리 체계 집중 점검 예고 통해 금융소비자보호 강화 천명

한편 김 원장은 우선 은행권의 예대마진을 두고 약탈적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가산금리 체계에 대한 집중 점검을 예고했다. “금융회사 불건전한 영업행위로 금융소비자 피해 사례가 빈발하고 가계부채문제에 대해 일각에서는 약탈적 대출이라는 주장까지 제기하는 상황이라는 게 김 원장의 문제 의식이다.

현재 금융위가 시중은행 가산금리 산정 체계에 대한 점검을 벌이는 것도 김 원장에게 힘을 싣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를 열어 시중은행 예대금리 차이가 커지는 이유를 점검할 것이라며 의지를 보였다. 모두 문재인 정부 금융정책 기조인 포용적 금융과도 맥이 닿은 부분이다. 원장 취임 첫날부터 현정부 정책기조에 힘을 실었다. 그가 의원 시절 낸 법안을 고려하면 카드수수료 인하 불공정 보험 약관 개선 등도 예상된다.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자연히 금감원 조직 개편도 이뤄질 전망이다. 김 원장이 소비자 보호에 소극적인 금감원을 두고 조직을 분리해야 한다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고민하자고 한 부분에서 예상되는 절차다. 김 원장이 평소 금융감독과 정책 기능 분리를 주장해온 점도 조직 개편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는 금융위원회와의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향후 어떤 식으로 논의가 전개될지 주목된다.

아울러 보험사 등을 소유한 재벌 기업에 대한 금융감독을 강화할 것이란 관측도 뒤따른다. 김 원장은 취임사에서 감독업무를 수행할 때에는 일관된 일 처리가 필수라며 금융사와 금융소비자가 감독업무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금감원을 신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관된 일 처리`를 강조한 것은 예외를 두지 말라는 의미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재산 과징금 부과 등 2금융권에서 재벌에 대한 감독이 예외적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 원장은 다만 자신에게 쏟아진 기대와 평가를 의식한 듯 수위와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취임사에서 나를 정말로 저승사자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해를 풀어달라고 언급한 것은 예정에 없던 즉흥 발언이었다. 취임식 직후 기자실을 찾아서는 내가 규제 강화자로 알려졌는데 의원 시절 자본시장 관련 규제를 상당히 풀었다고 말했다. 규제를 크게 강화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를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금감원장에 정치인 출신이 온 것은 처음이라는 점을 의식한 듯 조직과 융합하려는 노력도 보였다. 김 원장은 취임식에서 금감원 직원이 직접 달아준 배지를 차고서 내가 외부자가 아니라 함께 일하는 식구라는 것, 그렇게 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자 취임식에서 배지를 단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함께 일하는 동료로서 생각해주길 바라고 든든한 벗, 방패막이, 조력자가 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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