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6개월 실형을 받아 법정구속되자 재계는 크게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신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이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구속된 두 번 째 총수다.
신동빈 회장의 경우 구속 상태가 아닌 불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았기에 이번 선고에서 집행유예가 나오지 않을까 예상했었으나 의외로 2년 6개월의 실형이 나왔다. 이에 롯데그룹 입장에선 향후 경영공백이 매우 극심할 전망이다.
SK그룹도 이번 판결로 혹시라도 '불똥'이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눈치다. 최순실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해 최태원 회장에게 89억원의 뇌물을 요구한 혐의도 이날 법원에서 유죄 판단을 받은 탓이다. 최씨가 SK그룹 최태원 회장으로부터 경영 현안을 도와달라는 부정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K재단의 해외전지훈련비 등으로 89억 원을 내라고 요구한 혐의(제3자 뇌물 요구)가 유죄로 인정된 것이다.
경영자총연합회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아직 제조업대비 서비스업이 상대적으로 약한데 유통 혁신과 내수, 서비스 발전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온 신동빈 회장의 부재로 걱정이 많다"며 경영공백도 걱정된다"고 말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번 판결이 롯데의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향후 법원이 이러한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길 바란다. 경제계 역시 적극적인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법, 예상 깨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 선고 후 법정구속
한편 '최순실 국정농단' 연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날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13일 오후 2시10분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재판에서 비선실세 최순실씨(62)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원, 72억9427만원 추징을 선고했다. 2016년 11월20일 재판에 넘겨진 지 1년3개월 만이다
재판부는 이어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신 회장에게 징역 2년6월형을 선고했다.재판부는 "K재단의 하남 체육시설 건립비용 명목으로 롯데그룹이 70억원을 낸 부분은 대통령의 강요에 따른 측면도 있지만 제3자 뇌물에도 해당한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신 회장 사이에 롯데 면세점 사업과 관련한 부정 청탁이 오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신 회장의 뇌물공여는 면세점 특허를 취득하려는 경쟁 기업에 허탈감을 주는 행위"라며 "대통령의 요구가 있었다는 이유로 선처할 순 없다"고 실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 최순실이 최태원 SK 회장에게 케이스포츠 재단 등에 89억 요구한 뇌물 혐의도 인정
최순실 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해 최태원 SK 그룹회장에게 더블루케이, 케이스포츠 재단, 비덱스포츠 코리아로 89억원을 내도록 요구한 뇌물 혐의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2016년 2월16일 박 전 대통령과 최 회장의 면담에서 대가관계에 대한 명시적 언급을 인정할 자료는 부족하지만, 대통령은 단독면담 전에 워커힐호텔 면세점 사업 지속, CJ헬로비전 인수 등 SK의 현안에 대해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최 회장은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되지 않았다.
SK의 경우 지난 2016년 2월 16일 박 전 대통령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단독 면담을 하면서 K스포츠재단과 가이드러너 사업에 대한 지원을 요구했다. 관련자 진술과 대통령 말씀자료 등에 따르면 최 회장은 당시 단독 면담에서 동생인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석방과 워커힐 면세점, CJ헬로비전 M&A 등 현안을 이야기한 것으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 대통령과 SK그룹은 직무집행의 대가로 당해 지원을 요구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며 부정한 청탁을 인정, 제3자 뇌물수수죄를 유죄로 판단했다.
'부정한 청탁’ 인정 유무는 향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 상고심에도 큰 영향 미칠 전망
‘부정한 청탁’ 인정 유무는 앞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 상고심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2심 재판부는 경영권 승계라는 현안 자체가 없어 그에 따른 부정한 청탁도 인정할 수 없다며 제3자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 2심 재판부는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에 ‘경영권 승계’ 현안을 인정하지 않아 부정한 청탁으로 보지 않았는데, 이번 재판에서는 외관상 비슷한 롯데·SK에 대해서 이를 인정했다”면서 “이 부회장 1·2심 판단이 다른 데다 이번 최순실 재판 영향으로 대법원에서 신중하게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대해선 이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가 그 증거능력(엄격한 증명의 자료로 사용될 수 있는 법률상 자격)을 부정한 것과는 달리 간접사실에 대한 증거로는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최순실씨의 범죄 성립을 증명하는 자료로 활용됐다.
재판부는 이 밖에 KT나 현대자동차, 포스코, 한국관광공사 자회사를 압박해 지인 회사나 최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회사에 일감을 준 혐의 등도 대부분 유죄 판단했다.
롯데그룹, 당혹 속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 논평
롯데그룹 임직원은 지난해 12월 '경영비리'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룹 내 여러 현안을 챙겨오던 신 회장의 법정구속 소식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재판 과정에서 증거를 통해 무죄를 소명했지만 인정되지 않아 안타깝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라 참담하다"며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롯데는 "이번 판결이 국민께 약속한 호텔롯데 상장, 지주회사 완성, 투자 및 고용 확대 등 산적한 현안을 앞두고 큰 악재로 작용할까 우려된다"며 "판결문을 송달 받는 대로 판결취지를 검토한 후 변호인 등과 협의해 절차를 밟아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롯데는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해 임직원·고객·주주 등 이해관계자를 안심시킬 것"이라며 "당장 차질이 생길 평창 동계올림픽은 대한스키협회 수석부회장 중심으로 시급한 지원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신 회장은 2016년 3월 면세점 신규 특허 취득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부정한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K스포츠재단에 하남 체육시설 건립비용 명목으로 70억원을 제공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K스포츠재단 출연금이 뇌물로 인정된 첫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