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7일 "가상화폐 거래소의 전자상거래법·약관법 위반 조사를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전자상거래법 위반은 비교적 빨리 결과가 나올 것 같고 약관법 위반 부분에 가서는 적어도 3월까지는 결과를 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전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과 함께 '규제 강화'로 해석되며 가상화폐 시장에 강력한 충격을 줬다.비트코인 가격은 하루 사이 500만원 이상 급락했다. 열흘 사이 반 토막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비트코인 국제 시세도 하루 새 28% 급락하며 1만달러 밑으로 추락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CBS 김현정 뉴스쇼 인터뷰에서 "가상화폐 거래소가 전자상거래법상의 통신판매업자 신고에 맞는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지와 거래 상대방 출금을 제한하거나 과도한 면책 규정을 두는 등의 약관법 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와 관련해서는 "관련 법률 규정이 없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라면서 "필요하다면 새로운 법률 제정을 통해서 적절한 시장 경제 원리에 맞는 규제·제재 수단들을 마련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정부 부처 사이에 약간의 조율되지 못한 목소리가 나오면서 혼란들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각 부처에서 충분히 협의해 조율된 어떤 방침을 내놓음으로써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재벌개혁과 관련해서는 올 상반기까지는 자발적인 개혁을 촉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하면서 대기업이라는 우회적인 표현을 쓰지 않고 '재벌'이라는 단어를 쓰셨다"며 "대통령을 비롯해서 정부 전체에 재벌 개혁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할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12월 또는 3월 이렇게 데드라인을 제시를 했지만 적어도 올 상반기까지는 자발적인 개혁을 촉구하겠다"며 "그래도 미흡하다고 하는 부분이 있다면 하반기부터는 국회에서의 법률 개정을 통해서 보다 직접적인 개혁을 요청 드리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빗썸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코인당 1250만원 아래까지 떨어졌다. 불과 열흘 전만 해도 코인당 2550만원 내외까지 거래됐던 비트코인이 절반으로 폭락한 것이다. 이날 오후 4시 무렵 소폭 가격을 회복한 비트코인은 1360만원 선에서 거래됐다.
이번 폭락의 원인으로는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안이 살아 있다"는 김 부총리의 발언이 주요했던 것으로 꼽힌다. 김 부총리는 16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정부 부처 간에 아주 진지한 검토가 있어야 될 것 같다"는 전제를 하며 거래소 폐지안의 불씨를 다시 지폈다.
국내 규제뿐 아니라 해외발 악재들도 폭락장의 불을 지폈다. 17일 미국 비트코인 선물거래시장에서 투자자들의 풋옵션(특정 시기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팔 권리를 매매하는 계약) 행사가 시작됐다. 미국 기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도 한몫했다. 이날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커넥트(BitConnect)가 텍사스, 노스캐롤라이나주 당국으로부터 미승인 매매를 했다는 이유로 경고를 받은 데 따라 가상화폐 거래를 중단했다.
정부는 이달 중으로 가상화폐 실명제를 도입하고 난 뒤 조만간 거래세와 양도세 등을 부과해 가상화폐 시장에서 투기성 자금을 빼내 시장을 안정화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가상화폐 실명제가 도입되면 세원 파악이 어느 정도 되기 때문에 과세가 가능해진다.
과세당국은 미국 영국 호주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이 가상화폐를 주식과 같은 자산으로 규정하고 가상화폐 교환과 판매로 인한 이익이 발생하면 양도소득세(자본이득세)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도 세계적인 추세를 따르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거래세 또한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를 감안하면 정책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가상화폐에 거래세와 양도세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하고, 이는 국회 의결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제 도입 시기는 가늠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