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그동안 관행이라는 명목하에 이뤄졌던 금융 적폐를 적극적으로 청산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15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 혁신 추진 방향 브리핑에서 “금융권 적폐에 대한 시장 평가는 얼음장과 같이 차갑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금융 적폐’를 재차 화두로 꺼내 든 것이다.
그는 구체적인 금융 적폐 사례로 6개를 지목했다. △담보 대출 위주의 전당포식 영업 △비 올 때 우산 빼앗는 행태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도한 황제 연봉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지배 구조 △불완전 금융 상품 판매 등 금융 소비자 피해 △최근의 채용 비리 등이다.
최종구 위원장 "금융산업 성장혜택 국민-기업에 골고루 돌아가야..수익 많이 내도 박수받기 어렵다" 금융계 반성 촉구
최 위원장은 “고객이 맡긴 돈을 가지고 영업을 하는 금융 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수익을 많이 창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금융 산업 성장의 혜택이 국민과 기업에 골고루 돌아가지 않는다면 아무리 수익을 많이 내고 성장한다 해도 박수받기 어렵다”며 금융계 반성을 촉구했다. 그는 “금융 당국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일부에서 금융위 해체의 목소리까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최 위원장은 금융 적폐 청산을 위해 ‘금융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금융 부문 쇄신, 생산적 금융, 포용적 금융, 경쟁 촉진 등 4대 전략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금융권 고액 성과급 수령자의 보수 공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최고 경영자(CEO) 승계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고 사외이사가 제 역할을 하도록 금융회사 지배 구조 선진화도 추진한다. 금융 그룹 통합 감독을 통해 계열사 간 내부 거래 등 그룹 차원의 통합 위험도 체계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최 위원장은 “‘금융은 특별하기 때문에 우리가 하는 일은 언제나 옳고 어떤 경우도 간섭받아서는 안 된다’는 식의 잘못된 우월 의식에 젖은 사람이 있다면 빨리 생각을 고치기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작년 12월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권고한 4대 방안도 이행 계획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했다. 당초 즉각 수용이 어렵다고 했지만, 입장이 유연해진 것이다. 혁신위 권고안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차명 계좌에의 과징금 부과, 인터넷전문은행 은산 분리 규제 유지, 민간 금융회사에 근로자 추천 이사제 도입, 키코(KIKO) 사태 전면 재조사 등이다. 최 위원장은 “불공정 영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 배상과 집단 소송 도입 등 혁신위 권고안이 현장에서 제대로 뿌리 내리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위, '금융혁신 추진방향' 발표..10조 규모 혁신모험펀드 출범, 코스닥 시장 활성화, 공공기관 연대 보증 전면 폐지 등 추진
한편 정부는 이날 '금융혁신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금융쇄신, 생산적 금융, 포용적 금융, 경쟁촉진 등 4대 전략을 중심으로 11개 분야 30대 핵심과제를 공개하고, 사람 중심의 지속성장 경제를 구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책에 따르면 정부가 금융업 진입 규제를 세분화해 다양한 은행, 보험회사 등의 신설 유도에 나서기로 했다. 자율주행기술 관련 보험상품을 도입하고 블록체인 기술 확산을 추진하는 등 핀테크 활성화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생산적·포용적 금융의 핵심은 기업 혁신을 위한 금융 지원 확대, 취약 계층 제도적 배려 등에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10조원 규모 혁신모험펀드 출범, 코스닥 시장 활성화, 공공기관 연대 보증 전면 폐지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최고 금리 인하, 소매 자영업자 카드 수수료 경감, 장기 소액 연체자 채무 부담 완화, 가산 금리 체계 점검 강화 등 국민의 금융 비용 부담을 낮추는 정책도 함께 시행할 계획이다. 금융 내부의 경쟁을 통한 혁신도 촉진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먼저 금융업 진입 규제 개편을 통해 새로운 도전자 출현을 유도하고 금융산업 내 경쟁과 혁신을 촉진할 예정이다. 금융투자업의 경우 개인이 투자자문사를 설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산운용사까지 성장할 수 있는 금융창업 성장사다리를 강화한다. 자본금 요건 완화, 등록제 전환 등 금투업 분야의 진입 규제는 대폭 완화한다.
은행에서는 영업대상 등에 따라 인가 단위를 세분화해 다양한 형태의 은행을 신설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보험 역시 질병·간병보험 전문 회사 등 특화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험회사 설립이 활발해지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정부, 본격적인 핀테크 활성화 작업 나서기로..모바일경제, 자율주행기술 관련 보험상품 도입, 블록체인 기술확산 등 '로드맵' 마련
정부는 본격적인 핀테크 활성화 작업에도 나서기로 했다. 모바일경제, 자율주행기술 관련 보험상품 도입, 블록체인 기술확산 등 '핀테크 로드맵'을 마련해 다음 달 발표할 계획이다. 또 금융투자업권에 적용 중인 블록체인 기술을 은행, 보험 쪽으로도 넓혀 한 번의 본인인증으로 다른 금융기관에서 추가 인증없이 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고객 동의시 제3자가 금융회사의 고객 계좌에 접근하는 것을 허용하는 본인정보 활용권을 보장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한다.
금융사들이 규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상품을 시험해 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하고, 금융혁신과 소비자편익 효과가 검증된 서비스에 한해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의 금융혁신지원특별법 입법도 추진한다.
금융분야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한 신용정보법 개정안 상반기 입법도 추진할 예정이다. 비식별정보 분석·이용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정보주체의 실질적 권리보장 등을 통해 정보 보호화 활용 간 균형을 도모한다. 또 서민층과 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 차주별로 맞춤형 금융지원 방안도 밝혔다. 연간 7조원 수준의 정책서민금융과 2020년까지 3조원 규모의 사잇돌 대출 공급 등 서민·취약계층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한다.
법정 최고금리는 24%로 인하하고, 이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금리대출을 대환하는 가칭 '안전망 대출'을 3년간 1조원 공급한다. 혁신 창업생태계 조성을 위한 금융 역할 강화에도 나선다. 혁신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 확충을 위해 10조원 규모의 혁신모험펀드를 조성하고, 이와 연계한 20조원 규모 대출프로그램도 마련해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