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행정혁신위원장은 "우리나라 금융감독 자체가 문제가 있고, 금융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고 비판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금융소비자보호 조직을 분리해야 하며, 아예 확실하게 권한을 심어줘야 한다'면서 "거기서 총대를 매서 챙기고, 그게 중장기적으로 나은 얘기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은산분리 완화문제와 관련, '인터넷은행들이 다짜고짜 은행업을 허용하며 50%까지 늘려달라는 건 자기네가 갖고 놀겠다는 것이다. 그건 어렵다. 사실 은산분리 완화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건 금융위 입장과 전면 배치되고 부담이니까. 최 위원장도 자꾸 연연하고. 정 그렇다면 의견을 다 들어보고 국회도 오케이 하고 하면 톤다운을 시킨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혁신위 권고안 발표 이후 지난 22일 인터뷰를 갖고 권고안 발표와 관련된 여러가지 의견과 소회 등을 직접 피력했다. 인터뷰에서 윤 위원장은 이건희 차명계좌 과징금 부과, 민간 노동이사제 도입,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 불필요, 키코 사태 전면 재조사 요구 등에 대한 최 위원장의 부정적 입장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쓴소리를 쏟아냈다.
다음은 윤석헌 금융행정혁신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내용.
-근로자추천이사제는 노사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먼저라고 얘기했는데
"좀 서운하다. 물론 부담은 있을 것이다. 한쪽에서 노동이사제, 근로자추천이사제가 은행 경영의 발목을 잡고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해야 할 일을 늦추는 그런 부담이 있다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저도 사외이사 해봤고, 이사회에 안건이 올라오기 전에 조율이 다 된다. 그래서 밖에 알려진게 거수기 이사 아니냐. 안건 찬성률이 90%가 넘는다. 누군가가 부정적인 얘기를 하면 사전 조율해서 간다는 건데, 사실 그거 하자고 노조 측의 의견을 집어넣으려고 하는거다. 일장일단은 있겠지만 산업, 수출 현장에서 1분 1초를 다투는 게 아니지 않느냐. 금융은 그런 게 아니다. 어쩌면 그렇게 빨리 가는 것보다 한 발 늦게, 충분히 고려해서 가는 게 금융은 옳을 수도 있다. 그 사람들(반대파) 얘기는 핑계다. 한 마디로 싫다는 거다. 그런데 노조가 계속 이쪽과 어긋나게 가면 그게 오히려 더 힘들어진다. 공식적인 자리를 마련해서 그 사람들의 의견을 받아줄 수 있는 긍정적인, 의견을 조율해서 가는 그런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그렇게 긍정적으로 보면 좋은데 부정적으로 보는 것 같아. 이런 상황에서 노사 합의를 전제로 하자는데 그 합의가 언제 일어나겠나. 어쩌면 그런 합의를 쉽게 도출하기 위해 그런 장치(노동이사제)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좀 더 긍정적으로 봐주면 좋지 않겠나."
-이건희 차명계좌 과징금 부과에 대해, 당국이 국회의 입법 정비가 필요하다며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보이는데
"맞다. 정확한 지적이다. 정부가 너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민들이 금융위에 원하는 것은 여러 어려움이 있고 과거 복잡한 과정이 있었지만 정부가 방향을 제대로 잡고 앞장서서 나가달라는 것이다. 그게 금융을 책임지는 당국의 역할 아니냐. 우리가 그 목소리를 대변한 것이다. 법리 얘기는 나중에 하고, 이건 방향성을 분명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 왔다갔다 하면 오히려 아니한 만 못하다. 금융위는 이 부분에 대해 (혁신위를) 집요하게, 끈질기게 설득하려고 했다. 물론 그 의견에 동의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통용된 규범이었고, 행정부처로서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인데, 이해한다. 대법원이 좀 왔다갔다 한 것도 있다. 1997년에는 차명을 인정하는 식으로, 1998년에는 차명을 부인했는데, 우리는 98년 것이 올바른 해석이라 보고 있다. 그런데 금융위는 97년 것을 인용한다. 그런데 그건 보충의견이고 구속력이 없다. 금융위가 또 2009년 것을 얘기하는데, 그건 삼성특검 이후의 판결이므로 배제해야 한다. 사실 법리해석은 굉장히 복잡하다. 거의 두 개의 의견이 있어 왔다는 것이 공정한 표현이다. 그렇지만 혁신위는 무엇이 옳으냐를 봤다. 금융위원장은 주로 선의의 차명 얘기를 하는데, 선의의 차명은 인정해주자는 것이다. 당연히 세상을 살다보면 100가지가 어떻게 다 같겠다. 법을 만들어도 그런 것은 인정하는 조건으로 한다. 하지만 차명은 기본적으로 실명제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특히 이건희 차명계좌는 근간을 흔든 것이다. 그걸 잘했다고 할 수는 없다. 결국 그렇게 왔다갔다 하다가 국민들이 헷갈릴 수는 있겠지만 우리의 의견을 표현하고, 금융위 의견은 '단'을 붙여서 써줬다."
재벌 '가만히 있다가 필요하면 도와달라'라고만 한다. 동양이 대표적인 사례
-초대형 IB에 대한 혁신위 우려에 대해 금융위는 괜찮다고 말했다
"그건 가봐야 아는 일이다. 물론 초대형 IB가 잘 돼야 하는 것도 맞고 자본시장이 발전하는 것도 당연히 맞다. 우리나라가 은행과 자본시장이 비대형 시스템을 가진 것은 맞다. 다만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이 은행 중심 간접금융 시장과 증권사 자본시장 중심 직접금융 시장 중 직접 쪽을 더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인데, 혁신 신생 기업 지원을 위해 직접금융을 키우는 게 필요하다는 것인데 그건 동의한다. 다만 초대형 IB에 발행어음 업무를 주는 것은 단기수신이다. 기업투자, 대출을 할 수 있게, 위험한 투자를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인데 그건 그냥 그야말로 은행 업무를 주겠다는 것이다. 그건 직접금융이 아니라 간접금융이지 않나. 직접금융을 키우겠다면서 간접금융 떡을 달라고 하는데. 떡이 필요할 수는 있다 돈을 벌어야 하니까. 하지만 본질은 아니지 않나. 그걸 허용하되 혁신 신생기업 대상으로만 제한을 하든가, 아니면 상업은행 역할을 하는데 상업은행이 받는 제한과 감독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 우리의 권고안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 약간 오해가 있는 것이, 우리가 그 부분에 대해 규제감독을 강화하라고 했지 IB 전체 규제를 강화하라고 한 것이 아니다. 당연한 것을 얘기한 것은데 안 받아들이려고 한다. 2008년 금융위기가 초대형 IB 때문에 난 것인데, 우리나라도 자유롭지 않다. 우리나라 IMF 사태가 터진 것도 단초는 종금이 제공한 것이고. 그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이 내가 은행 출신이라 어쩌고 그런 얘기가 나오는데. 제가 옛날에 한국은행을 다닌 적은 있지만 상업은행과는 관계 없다. 전공이 뱅킹이라 은행 쪽에 관심이 남다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자본시장의 중요함을 모르겠나. 오히려 그 사람들은 돈 버는 데 관심이 있겠지만 저는 자본시장의 발달에 관심이 있다. 그런데 사람을 이상하게 몰고 간다. 은행권과 하는 얘기가 비슷할 수는 있지만 은행권의 이해를 반영한다고 얘기하는 건 좀 그렇다. 그쪽과 얘기할 기회가 있어서, 지금 하려고 하는 게 은행 업무 아니냐, 그게 직접금융 발전을 위해 어떻게 도움이 되느냐고 얘기해달라고 했더니 아무 소리 못하더라. 저 사람 은행 출신이라는 얘기나 하고, 난 은행 출신도 아닌데. 은행과 자본시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그간 우리 정부가 자본시장을 육성하려 여러 노력을 했다. 하지만 잘 안 되는 이유는 재벌과 관련이 있다. 재벌이 다 갖고 있지 않나. 물론 미래에셋 등이 있긴 하지만 현대, 삼성, 한화 등은 다 재벌이 가진 회사다. 재벌은 '가만히 있다가 필요하면 도와달라'라고만 한다. 동양이 대표적인 예 아니었나. 그러니까 그 시장이 발전을 못하는 것이다. 그건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인데 자꾸 우리가 뭘 줄 수는 없지 않나."
-은산분리 완화 관련 금융위는 인터넷전문은행에 특혜를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실 혁신위 내부에서 은산분리 문제를 두고서는 거의 싸우지 않았다. 별 이견이 없어다. 얼마나 세게 얘기하느냐를 두고 논의는 있었다. 처음엔 은산분리 완화 '노'로 가다가 그렇게까진 하지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했다. 케이뱅크 관련해 자꾸 완화해 달라고 하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히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정부에서 일부 국회의원들이 특례법으로 50%, 34%까지 완화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이 4%다. 4%를 어떻게 50%으로 하나. 과거 9, 10%까지 간 적은 있고 지금 지방은행이 15%이다. 그 정도를 테이블에 올려놓으면 검토할 여지는 있겠지만, 34%, 50%는 아니지 않나. 인터넷은행이라는 것이 금융 경상계와 공학 이공계가 만난 것인데. 은행은 자기네가 재원을 받아서 예금을 받아 배분하는 것이다. 자원의 배분인데 그걸 왜 기술자들이 해야 하느냐, 그게 근본적인 문제다. 이공계에서 예끔을 받아서 자기네가 배분한다는 것인데, 그럼 은행 이외의 방법으로 하던가. 저축은행이나 지방은행 방식으로 논의는 할 수 있겠지만, 그건 범위가 작으니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다짜고짜 은행업을 허용하며 50%까지 늘려달라는 건 자기네가 갖고 놀겠다는 것이다. 그건 어렵다. 사실 은산분리 완화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건 금융위 입장과 전면 배치되고 부담이니까. 최 위원장도 자꾸 연연하고. 정 그렇다면 의견을 다 들어보고 국회도 오케이 하고 하면 톤다운을 시킨 것이다.
케이뱅크에 대해서는, 우리 이슈는 케이뱅크를 어떻게 할 것이냐가 이슈였다. 감사원 감사 청구 제안 얘기도 나왔는데, 그쪽이 금융 전문가는 아니지 않나. 그냥 우리가 결정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뭐, 규정 위반이 케이뱅크 쪽 사람들 잘못도 아니고, 잘 하고 있는 부분도 있고. 그 점을 참작해서 인가 취소까진 얘기하지 않았다. 사실 당시 금융위 의결 과정에서 회의록을 봤는데,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어떠어떠한 점이 좋고 필요하다 이런 걸 보고 싶었는데 그런 얘기는 별로 없고 규정해석상 괜찮다 정도의 얘기만 잔뜩 있더라. 변명으로 일관하는 것 아니냐."
키코사태, 정부가 은행 편을 들어준 것..상품 때문에 죽은 옥시사태하고 동일
-키코 사태에 대해 전면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금융당국은 어렵다고 한다
"혁신위 내부에서 치열하게 싸웠다. 전날까지 싸웠다. 결국 조금씩 양보하긴 했지만, 사실 이건 금융회사가 기업을 살리지 않고 자기들이 먼저 살겠다고 한 것 아니냐. 돈 벌려고 중소기업을 이용했다. 저는 사기라고 생각한다. 은행도 일부 손해를 봤지만, 중소기업들은 망했다. 은행들은 중소기업, 힘든 사람들의 돈을 뜯어서 배불리고, 외국으로 돈을 송금하고, 사회적으로 너무 잘못됐다. 사실 키코 사태에 대해 정부가 적당히 은행 편을 들어준 것이다. 고객이 은행에서 상품을 샀는데 그 상품 때문에 죽은 것인데 옥시하고 다를 게 뭐가 있나. 이건 뱅킹을 공부한 사람 입장에서 보면 넌센스, 정말 잘못됐다. 그런데 이게 엉뚱하게 가격 적정 쪽으로 갔다. 사실 파생상품은 원체 복잡해서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다. 노벨상을 받은 두 사람, 엥글 교수와 로스 교수가 충돌했는데 은행 쪽 사람인 로스 교수가 이겼다. 그래서 법원이 다 그쪽 편으로 돌아선 것인데, 은행이 로비를 잘 한 것이다. 본질은 은행이 말도 안 되는 짓을 한 건데, 본질보다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서 본질이 흐려진 이슈다. 현실적으로 재조사를 못 한다는 것이 아쉽다. 키코 공동대책위원회에서 뭔가 하고 있는데, 국회에서 도와줄 것 같긴 한데 대법원에서 판결이 난 것이라 잘 될지는 모르겠다."
-키코 외에 격론이 있었던 것이 또 있었나.
"근로자추천이사제 문제다. 유럽에선 다 하는 건데, 누구는 감독위원회만 한다지만 그렇지 않다 경영이사회에서도 한다. 최근에는 감독이사회, 경영이사회에서 다 한다. 노조 입장에서 보면 회사는 일생 직장이다. 주주는 돈 좀 벌어보려고 투자한 사람이다. 누가 더 큰 지분이 있겠나. 주주도 물론 중요하지만 노조의 목소리도 들어줄건 들어줘야 한다. 나도 미국에서 오래 공부했지만 이건 자본주의의 문제는 아니다. 돈 가진 사람들, 공부한 사람들이 마음이 좀 따뜻해야 한다. 가진 사람들이 못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려고 해야지, 그 장조차 안 만들고 배척하려고 하면 안 된다. 사실 키코도 마찬가지다."
-더 하고 싶은 얘기가 있나
"사실 혁신위가 출범하면서 감독 체계는 얘기하지 않기로 하고 시작했지만, 사실 감독 관련해서도 계속 문제가 많았다. 저축은행 사태도 있었고, 키코도 따지고 보면 그런 것이고. 감독 조직 체계 부분을 반드시 정비했으면 좋겠다. 금융감독 자체가 문제가 있다. 금융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그걸 끌어올리는 중요한 수단으로 체계 문제도 있지만 소비자보호 조직을 분리해야 한다. 아예 확실하게 권한을 심어줘야 한다. 거기서 총대를 매서 챙기도록. 그게 중장기적으로 나은 얘기일 수 있다. 거기까지만 하고 더 이상 얘기는 안 했다."
"이건희 차명계좌, 우리를 설득하려고 굉장히 노력했으나 생각이 다르다고 한 셈"
-최 위원장이 가장 아팠을 부분은 뭘까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가장 아팠을 부분인 이건희 차명계좌인 것 같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많이 지적됐고, 우리를 설득하려고 굉장히 노력했다. 결국 우리가 생각이 이렇게 다르다고 한 셈이니까 (아팠을 것). 물론 금융위 입장은 이해하지만 우리 생각은 좀 다르다고 얘기한 것이다. 뭐, 키코 문제도 쉽진 않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
"시험을 끝내서 속이 후련하다. 학점이 잘 나와야 하는데, 교수 마음에 안 드는 답지를 낸 것 같다. 그래도 이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과거에 한 번도 안 해봤던 일이다. 조직개편, 체계개편 등은 있었지만 행정은 현재 일어나는 일이 뭐가 잘못됐나 그런 거니까, 보람 있었다. 지금 금융산업에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감독체계 문제다. 어떤 형태로 가든 지금 형태는 아니다. 두 번째는 규제 완화다. 네거티브 규제 쪽으로 가야한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하긴 어려운 일이다. 4차 산업 때문에 필요한 일인데, 누군가가 머리를 싸매고 공부하고, 어떻게 할 것인지 신경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