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가 장기화됨에 따라 가계의 금융자산 증가율이 역대 최저 수준에 그쳤다. 저축해도 붙는 이자가 '쥐꼬리'에 그치는 셈이다. 가구는 소폭의 이자가 붙는 저축을 줄이는 길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자산 증가율 둔화는 저금리 탓이 크다.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015년 3월 1.75%로 내려가며 처음으로 1%대 시대를 열더니 그해 6월 1.50%, 작년 6월 1.25%로 사상 최저 기록를 연달아 갈아치웠다.사상 최저금리 상태는 지난달 30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기 전까지 지속됐다.
24일 통계청,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의 가계금융 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가구의 평균 금융자산은 9천784만원으로 1년 전보다 1.5% 늘었다.전년 대비 증가율은 2012년 관련 통계 편제 이후 가장 낮았다.가구의 금융자산은 2013년 전년 대비 8.4% 늘었고 2014년 2.1% 증가했다.2015년엔 3.1%, 2016년 3.8%로 증가율이 높아졌다가 올 들어 쪼그라들었다.
금융자산은 예금, 적금, 펀드, 주식, 채권 등 저축액과 전·월세 보증금으로 구성된다.금융자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저축액 증가세가 더 꺾였다.올해 가구의 평균 저축액은 7천283만원으로 조사됐다.전년 대비 증가율은 1.3%로 금융자산 증가율에 미치지 못했다. 저축액 증가율도 역대 최저였다.전·월세 보증금은 2천501만원으로 1년 전보다 2.0% 늘었다.
저축을 해도 붙는 이자가 '쥐꼬리'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가구들은 소폭의 이자가 붙는 저축을 줄이는 길을 택한 셈이다. 대신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아 내 집 장만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주택 거래량은 105만3천건으로 집계됐다.사상 최대였던 2015년(119만4천건)보다 줄었지만 2007∼2013년 연간 거래량이 100만건 이하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은 숫자는 아니었다.주택 구입을 위해 보유하고 있던 저축 등을 깨면서 금융자산 증가율도 둔화할 수밖에 없던 셈이다.
금융전문가들은 "최근 저금리 상황에서 자금의 주택시장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금융자산이 크게 늘기 어려워졌다"며 "가계가 대출에 금융자산을 더해 주택을 사들이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