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판 '적폐청산'…삼성, 합병관련 404만주 추가 처분해야
공정위판 '적폐청산'…삼성, 합병관련 404만주 추가 처분해야
  • 김영준 기자
  • 승인 2017.12.21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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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2015년 합병 가이드라인 일부 잘못"…안 따르면 의결권 제한-형사처벌 가능

 김상조 위원장 부임 이후 공정거래위원회판 '적폐청산'이 가속화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해 삼성SDI가 늦어도 내년 3분기 안에 5천억원이 넘는 삼성물산 주식 404만주를 추가로 매각해야 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를 매각하도록 명령한 근거인 가이드라인 일부가 잘못됐다며 이를 변경하기로 한 탓이다.

공정위는 "두 차례에 걸친 전원회의 토의 결과 2015년 12월 14일 발표한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법집행 가이드라인'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공정위는 또 "이 가이드라인을 예규로 제정해 법적 형식을 갖추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가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을 변경한 것은 외부 청탁에 따라 불분명한 결정을 내린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청탁 의혹 관련자를 조치하지 않는 등 과거 결정의 위법성을 명확히 가리지 않은 채 소급 결정을 내렸다. 재계가 반발할 불씨를 남겨둔 셈이다.

순환출자란 대기업집단이 'A사→B사→C사→A사'처럼 고리형 구조로 지분을 보유하며 총수가 적은 지분만으로 전체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도록 하는 지배구조를 말한다.

공정위는 2015년 가이드라인의 합병 후 순환출자에 대한 여러 쟁점 가운데 '고리 내 소멸법인 + 고리 밖 존속법인'에 대한 판단이 당시 잘못됐다고 결론 내렸다.공정위는 당시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 사례를 순환출자 '강화'에 해당한다고 규정했지만, 이번에는 순환출자 '형성'이라고 정정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공정위는 가이드라인을 반복적 행정사무의 처리 기준인 예규로 제정해 법적 형식을 갖추기로 했다.이어 변경된 예규가 최종 확정되는 시점에 변경된 유권해석 결과를 삼성에 통지하고, 이날로부터 6개월 동안의 유예기간을 부여할 계획이다.

이런 일정을 고려하면 삼성에 주어진 주식 매각 말미는 내년 3분기까지로 전망된다. 이번 예규안이 국무조정실 사전규제심사에서 규제로 판단되면 관련 심사에 2∼3개월가량 소요될 수 있다. 다른 예규보다 제정에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유예기간이 지나도록 주식을 팔지 않으면 공정위는 주식처분 명령을 내리고,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형사처벌까지도 가능하다. 처분 명령이 내려지면 그 시점부터 해당 주식의 의결권 행사는 금지된다.삼성물산의 주식 매각 때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대부분의 삼성 계열사들은 이를 다시 사들일 수 없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위가 내용적 완결성은 물론 절차적 정당성도 지키지 못했던 점을 통렬히 반성한다"며 "내·외부 법률 전문가의 검토 결과 (변경 규정 추가 적용에 따른) 소급 문제는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과거의 잘못을 되돌렸지만, 재계의 반발 등 향후 갈등의 소지를 남겼다. 특히 공정위가 과거 사례까지 소급하기로 밝힌 것은 이미 내려진 결정을 뒤집는 것이라 기업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 있다. 행정기관이 내린 결정은 지속가능한 것으로 믿을 수 있는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반돼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기업들이 공정위 처분을 납득하기 위해서는 당시 가이드라인이 ‘되돌려야 할’ 정도로 위법한 것이었음을 명확히 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법원이 내놓은 판단은 대통령의 개입을 판단하기 위한 과정에서 일부 나온 말이고, 공정위 청탁에 대한 사건은 별도로 다루지 않았다.

공정위의 결정은 재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주식을 추가 처분해야 하는 삼성그룹은 물론이고, 향후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롯데그룹도 계획에 변경이 생길 수 있다. 지난 5월 기준으로 보면 8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총 92개 순환출자 고리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향후 바뀐 가이드라인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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