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승계와 정당성 논란
삼성의 승계와 정당성 논란
  • 정진건 기자
  • 승인 2015.05.08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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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돈 60억원을 수조원으로 불린 '변칙-편법' 재산증식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와병 1년을 맞아 이재용 부회장의 천문학적인 부의 축적과정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정당하지도, 떳떳하지도 못한 과정과 부당이득 논란이 끊이지 않는 탓이다. 심지어는 정치권에서 이를 환수하자는 법안까지 발의된 상태다.

이 부회장이 재산축적과정의 정당성에 대한 평가에서 최하위에 오른 것이 이를 실증한다. 최근 경제개혁연구소가 국내 재벌그룹 3·4세 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재산축적과정 정당성 평가에서 이 부회장은 1.60점으로 '꼴찌'를 기록했다. 그가 굴지 재벌그룹 3,4세 중 온갖 편법을 동원해 부당이득, 불로소득을 취하는데 가장 앞섰다는 평가다.
 
부친 이건희 회장의 병고 이후 사실상 삼성그룹 경영을 주도하는 이 부회장이 재산을 어떻게 불려왔을까. 그의 재산축적과정을 보자. 지난 2일 블룸버그의 세계 200대 억만장자 순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산은 8조2500억원(75억달러)이었다. 부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128억달러·14조800억원)과 나란히 세계부자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부자로 우뚝 선 이 부회장의 종자돈은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1994~5년 물려준 60억8천만원이 전부였다. 이 부회장은 60억원을 8조이상으로 불리는 ‘요술’을 부렸다.
 
당시 이 부회장은 16억원의 증여세를 납부했다. 이 금액이 그가 지금까지 낸 증여세의 전부다. 세금을 빼고 나면 실제 이 부회장이 쥔 돈은 나머지 44억8000만원에 불과하다. 그는 이 돈으로 부의 성을 쌓았다.그 후 이 44억원은 서민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초고속으로 불어났다. 이 부회장은 비상장사 주식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재테크’를 통해 부를 불려나갔다. 이 부회장은 1994년 삼성에버랜드로부터 에스원 주식을 매입(23억1500만원)하고, 1996년 유상증자에 참여(55억6100만원)했다. 이후 에스원은 상장했고 이 부회장은 270억원대에 달하는 차익을 올렸다. 삼성엔지니어링과 제일기획에서도 비슷한 상황은 반복됐다.
 
이 부회장에게 천문학적인 '불로소득'을 안겨준 삼성SDS와 제일모직의 지분확보 과정도 비슷하다. 삼성SDS의 경우 이 부회장은 1999년 2월 47억원을 들여 주식 전환가격 7150원에 삼성SDS BW(신주인수권부사채)를 사들였다. 당시 장외시장에서 형성된 주가는 5만4750~5만7000원 정도였다. 이 부회장은 이듬해 이 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지분 8.81%를 확보한다. 헐값발행 의혹이 거세게 일었다. 삼성SNS에 이 부회장이 투자한 15억2천만원까지 더해 이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 11.25%를 확보하는데 들인 돈은 103억원 가량이다.
 
또, 1996년 12월에는 당시 주주였던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계열사들의 '자발적' 실권에 힘입어 에버랜드(현 제일모직) 전환사채 62만여주, 48억원 어치를 7700원에 사들였다가 보름 뒤 주식으로 전환, 31%의 지분을 확보한다. 제일모직은 1998년 당시까지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했던 삼성생명의 주식을 9000원에 집중적으로 구입하면서 사실상 지주회사로 입지가 격상된다. 1999년 이 회장이 삼성차 부채문제에 대한 책임차원에서 삼성생명 주식을 사재출연하면서 계산한 주가는 주당 70만원이었다. 삼성생명 주가는 고무줄이냐는 반문이 잇따랐다.
 
이 두 회사는 일감몰아주기로 급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I사업을 하고 있는 삼성SDS의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은 44%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I는 MRO와 함께 일감몰아주기가 가장 빈번한 분야로 꼽힌다. 하지만, 지난해 상장으로 이 부회장의 지분율이 낮아지면서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피해갔다. 삼성SDS의 급성장으로 이 부회장 등 삼성가 삼남매의 주머니도 두둑해졌다. 지난해의 경우 주당 배당금이 250원에서 500원으로 늘어나 이 부회장이 받아간 금액은 전년도 22억원에서 43억원으로 급증했다.
 
지주사 제일모직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 부회장이 23.24%의 지분으로 최대주주다. 2013년 기준 제일모직은 전체 매출 2조9226억원중 1조2995억원을 삼성 계열사를 통해 올려 내부거래 비중이 44.5%에 달했다. 하지만, 앞서 제일모직이 내부거래 비중이 거의 없는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를 넘겨받고 내부거래가 많은 건물관리사업과 식자재공급사업은 분사 또는 다른 계열사에 넘기면서 일감몰아주기 규제부담을 대폭 줄였다는 분석이다. 그는 이 두 회사의 상장을 통해 수조원대의 상장평가차익을 거뒀다. 삼성SDS와 제일모직의 상장으로 6조원대의 평가차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제일모직이 3조5400억원, 삼성SDS 2조4400억원대다. 당초 150억대의 투자금이 수조원대로 불어나는 놀라운 투자수익을 거둔 셈이다. 
 
결국 이 부회장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방법으로 막대한 부를 일궈왔다. 헐값발행 논란이 일었고, 이 부회장의 손실을 계열사가 떠않았다는 비난도 나왔다. 불법세습 논란도 뜨겁게 일었다. 하지만, 이를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이건희 회장, 이학수 전 부회장, 김인주 사장은 숱한 의혹들 가운데 2009년 삼성SDS BW헐값발행 문제로만 유일하게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는 그가 쌓은 부에 대한 부당이득 논란을 촉발했다. 지난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삼성그룹 3남매가 기업인으로서 노력없이 편법 승계외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얻게 된 상장차익은 불로소득과 다를 바 없고 사회적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데다 국민 정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경실련은 국민정서를 감안해 불로소득인 상장차익을 사회공헌으로 사회에 환원하라고 촉구했다.이는 법 제정 움직임으로 나타났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건희 회장의 삼남매와 이학수 전 부회장 등의 삼성SDS 주식 시세차익을 환수하는 내용이 담긴 일명 '이학수법(특정범죄수익등의환수및범죄피해구제에관한법률)' 발의했다. 이 법은 범죄 행위로 거둔 이익을 국가가 환수하는 것이 골자다. 이 부회장에게 수조원대의 떼돈을 안겨준 삼성SDS 상장에 불법세습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는 만큼 지금부터라도 이를 바로잡아 쓰러진 사회정의를 바로세우자는 것이다. 만약 박 의원의 법이 시행된다면 불법승계로 얻어진 이 수익은 범죄수익으로 규정되기 때문에 모두 국고 환수 대상이 된다.
 
이 부회장이 현재 삼성그룹 경영의 핵심으로 떠오르는 바탕에는 기본적으로 '변칙과 편법'이 깔려있다.여론도 차갑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지난해 11월 만 19세 이상 휴대전화가입자 1천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SDS 시세차익에 대해 특별법 제정을 만들어 환수해야 한다는 견해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74.2% 응답자들이 특별법 제정을 통한 환수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는 13.5%에 불과했다. 이 부회장과 삼성의 수뇌부가 이런 진정한 국민정서를 과연 알고 있는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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