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추천위원회는 이사회 내 위원회로 사외이사 과반수 이상으로 구성된다. 임추위는 특히 임원의 자격 요건을 정하고 후보군을 상시 관리해야 하고 이를 공시해야 하는 만큼 그룹 총수가 경력이나 전문성과 무관한 인사를 내려보내는게 그만큼 어려워진다. 대기업들의 반발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에서 사라졌던 '임추위'가 법률로 부활했다. 임추위는 은행과 은행지주회사에만 적용됐지만 앞으로는 보험, 증권, 카드 등 2금융권 회사들도 이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사외이사의 임기는 5년에서 6년으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재벌 오너가 대주주인 보험사나 카드사 등 제2금융권 회사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최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지배구조법)'에 따라 보험회사나 카드사의 대주주가 금융업법, 조세범처벌법, 공정거래법을 위반해 실형을 확정받으면 대주주가 갖고 있는 주식의 의결권이 제한될 수 있다. 금융지배구조법은 대주주의 적격성을 심사하는 법이다. 대주주가 금융업법 등을 위반해 1년의 실형을 확정받으면 의결권이 있는 주식 10% 이상분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받게 된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 삼성금융사들은 모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최대주주(삼성생명)로 있거나 이 회장이 다른 법인을 통해 우회적으로 지배(삼성화재·삼성카드)하고 있다. 각각 생·손보 업계 2·3위를 다투는 교보생명과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교보생명은 신창재 회장이 실질적인 경영도 하면서 최대주주(33.78%)다. 현대해상도 정몽윤 회장이 최대주주(21.9%)이면서 경영 전반에 나서고 있다.
임추위는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가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만들면서 전 금융권에 도입을 시도했지만 재계의 반발로 무산된 제도다. 당시 대기업계 금융사들은 임추위 제도가 대주주의 주주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 금융위는 결국 은행과 은행지주회사에만 시행하고 2금융권에는 중장기적으로 적용키로 물러선 바 있다. 모처럼 국회가 만든 안이 결국 재계의 요구사항이 충실히 반영된 '빈 껍데기' 규제로 전락했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회는 향후 논의과정에서 규제가 실효성을 갖출 수 있도록 최대한 개선⋅보완해야 할 것이다. 제2금융권이 더 이상 '재벌들의 놀이터'가 돼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재벌금융사들이 정부를 물렁하게 보고 제2금융권에서 자의적인 황제노릇을 하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이번 제정안에 '알맹이'가 빠졌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재계와 여당의 입장을 거의 그대로 반영하면서 그 내용이 크게 후퇴했다. 관련 제도가 도입됐다는 사실 자체에만 의미를 둘 수밖에 없을 정도로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우선 적격성 심사대상을 '최대주주 1인'으로 한정함으로써 제2금융권 계열사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재벌그룹에 대해서는 규제의 효과가 미치기 어렵게 된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적격성 심사대상 주주를 경영에 참여하는 일정 범위 내의 특수관계인도 포함되도록 그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또한 정무위 합의안이 심사대상 법령을 금융관련법, 조세범처벌법, 공정거래법 등 3가지로 한정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대주주 적격성 심사제도가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있는 부적격 대주주를 배제하기 위한 것임을 감안할 때, 재벌총수일가가 연루된 형사사건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횡령⋅배임 등을 가중 처벌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특경가법) 위반을 포함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재벌총수일가 및 그의 측근(전문경영인)이 횡령⋅배임 등으로 처벌을 받더라도 금융회사 대주주의 자격을 제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부적격 대주주에 대한 제재조치로 정무위 합의안은 의결권 제한만을 정하고 있다.하지만 당초 야당안에 따르면 부적격 판정을 받은 대주주에 대해 주식매각명령을 할 수 있도록 제안한 바 있다.금융회사의 대주주는 다른 일반회사의 대주주에 견주어 보다 높은 투명성과 책임성이 요구되는 만큼 금융당국으로부터 동태적 적격성 심사를 받아 대주주로서 적합한지를 주기적⋅상시적으로 평가받는다.
그런데 이번에 합의된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르면 대주주가 회사와 관련된 횡령⋅배임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에도 이러한 사유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아 대주주의 지위에는 어떠한 제한도 받지 않게 된다.게다가 심사대상 대주주의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하고, 시정조치도 최대주주 1인에 대해서만 의결권을 제한한 것으로 한정돼 있어 재벌총수 일가의 부당한 금융회사 지배를 배제한다는 애초의 입법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