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혁신을 다짐했던 권 회장이 지금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 포스코는 경우에 따라 전직 정준양 회장에 이어 현직인 권오준 회장도 검찰에 불려갈 수도 있는 극단적인 비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검찰이 포스코건설 비자금 사건 수사에 착수하면서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라 재계의 시선은 왜 윤리경영에 앞장서야 할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비리사건을 보고받고도 형사 고발조치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려 했는가에 쏠린다.
특히, 감사팀이 비리임원에 대한 형사고발조치를 건의했는데도 '솜방망이' 인사조치로 사건이 마무리 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검찰은 권 회장 등 경영진의 지시로 이번 사건이 그룹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축소·은폐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이에 권 회장이 의혹의 중심에 서있다는 의심이 강력히 일고있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17일 베트남에서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공모한 혐의로 포스코건설 하도급 협력업체인 부산 흥우산업 본사와 3개 계열사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에 실시했다.
검찰은 포스코건설이 베트남 건설 사업과 관련해 하청업체에 지불해야 할 금액을 부풀리는 과정에서 이들 업체가 동원된 정황을 포착하고, 비자금 가운데 47억원이 회사 내부로 흘러들어 온 정황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흥우산업은 포스코건설의 오랜 협력사로 베트남에 별도의 법인을 두고 포스코건설의 현지 건설 사업 등을 함께 진행할 정도로 관계가 끈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번 사건이 회사 차원이 아닌 해당 임원들이 현지 관행에 따르다가 저지른 비리로 비자금을 리베이트로 지급해 개인적인 횡령사실은 없다는 당초 회사측의 해명과는 너무도 다르다. 앞서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7월 진행된 내부 감사에서 베트남 사업을 진행하던 임원 두 명이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확인, 권 회장과 황태현 포스코건설 사장의 내부 인사조치로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감사팀에서 비리 임원들에 대한 고소고발을 건의했지만 철저히 무시됐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국내 언론보도를 통해서 전해진 포스코건설 정도경영실 감사팀의 '동남아사업단 베트남 지역 점검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감사팀은 지난해 내부 감사에서 비리사실을 확인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조치는 물론 수사기관에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경영진에게 보고했다.
문제의 임원이 조성된 비자금의 구체적인 사용처 확인에 대해 제대로 답변하지 않고 구두로만 진술하고 있어 사법적판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보고를 받은 권 회장은 관련자에 대한 고소고발 등 검찰에 형사고발조치를 취하지 않았다.여기서 권 회장이 이번 비리사건을 조직적으로 축소, 은폐하려 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사안의 중대성에도 권 회장은 왜 비리사건을 적당히 처리하려고 했을까. 이를 두고는 여러 억측이 흘러나온다. 일각에서는 비자금 조성에 깊숙히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는 이철승 흥우산업 대표와 권오준 회장이 서로 잘 아는 사이로 같은 TK 동향출신인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이 회장은 포스코건설의 도급업자로 공사규모를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하는데 앞장을 섰고, 이 사건이 불거지자 권 회장이 '쉬쉬'하고 넘어 가려한 데는 두사람 만이 알고 있는 말못할 곡절이 있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일단 이철승 회장에 대한 조사가 이번 수사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이 회장 등 흥우산업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