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영업선 그룹지원 '받고', 자산운용계열사엔 일감 '주고'
재벌들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가 이미 사회문제화한 가운데 삼성그룹이 계열사인 삼성생명에 집중적으로 퇴직연금을 물량 지원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삼성생명을 비롯해서 보험사들이 퇴직연금 영업에선 그룹의 지원을 받고, 운용 사이드에선 자산운용계열사를 지원하는 등 일감 몰아주기 현상의 중심에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올해 9월 말 현재 운용관리계약 기준 퇴직연금시장 점유율은 14.0%로 전체 금융권을 통틀어 1위다. 신한은행(9.8%)과 KB국민은행(9.0%), 우리은행(7.9%) 등 대형 시중은행들이 2위권을 형성하며 삼성생명을 추적하려 애쓰고 있지만, 격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다.
문제는 삼성생명이 퇴직연금 시장에서 절대 강자 자리를 굳힌 이유가 그룹의 물량 지원 때문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6월 기준 삼성생명의 계열사 퇴직연금은 6조원으로, 1년 전 6조2천억원보다 줄었지만 2012년 말 4조7천억원에 견줘서는 1조3천억원 증가했다.계열 보험사에 대한 퇴직연금 몰아주기 행태는 비단 삼성그룹 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6월 현대라이프생명의 퇴직연금 전체 적립금 중 계열사 물량은 89.9%에 달했다. 현대라이프는 2011년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이후 3년여만에 전체 적립금 5천198억원 중 4천673억원을 계열사 물량으로 채웠다.롯데손해보험(46.5%), 삼성화재(34.6%), 흥국생명(27.5%) 등도 계열사 물량 비중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계열사 물량 지원 행태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며 "이 시장에서 일정 수준의 성과를 내는 보험사는 대부분 비빌 언덕이 있는 대기업 계열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운용 사이드에선 자산운용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행태도 보이고 있다. 올해 8월 말 현재 계열 자산운용사에 대한 변액보험 위탁운용비중은 흥국생명 48.33%, IBK연금보험 47.95%, 미래에셋생명 46.12% 순으로 높았다.
삼성생명의 계열 자산운용사 변액보험 위탁운용비율은 43.37%로 빅3 생보사 가운데 가장 높다. 교보생명의 계열사 위탁운용비율은 33.28%, 한화생명의 계열사 위탁운용비율은 29.98%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은 올해 7월부터 계열 운용사에 대한 변액보험 위탁운용 한도를 50%로 제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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