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사에서 2선 퇴진하거나 타 계열사로 이동하는 임원 중에는 부사장급 5명, 전무급 10여명도 포함돼 있다. 올 9월 말 기준으로 무선사업부 임원 수는 삼성전자 전체 임원(1221명) 가운데 16.7% 정도다. 무선사업부는 사장단 인사에서 유임된 신종균(58) 사장이 이끄는 IT·모바일(IM) 부문 내 핵심 조직이며, 2009년 갤럭시 시리즈 발표 이후 삼성의 모바일 사업을 주도해왔다. 현재 IM부문 인력은 2만8000여 명이며 이 중 무선사업부가 80%에 달한다.
삼성전자 인사팀은 이달 2~3일 퇴직 대상자들을 상대로 개별 통보와 면담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무선사업부는 지난 10여년 간 PC, 모니터, MP3, 카메라 같은 사업을 모조리 흡수하면서 조직이 급격히 커졌다”면서 “실적이 올라갔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삼성 모바일 사업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있기 때문에 이전과 다른 방식 및 조직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08년 미국 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때에도 단 한명도 인위적으로 임원을 내보내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대대적인 임원급 인사 감축은 대대적인 승진 인사를 벌였던 지난해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에서만 161명이 임원으로 승진했다. 단일 계열사 역대 최대 규모였다. 하지만 올 연말 인사의 경우, 임원 승진자는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삼성 미래전략실 관계자는 “모바일 부문 연구개발(R&D)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출시 모델 수가 급증하는 등 비효율이 쌓여 왔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2012년 출시한 갤럭시S3가 성공한 이후 개발·디자인·마케팅 담당을 중심으로 대폭 인력을 충원했다. 2011년 말 144명으로 집계됐던 무선사업부 임원 숫자는 3년 새 61명 증가했다. 무선사업부가 주축인 IM부문도 올 하반기 소프트웨어(SW) 인력 500여명을 소비자가전(CE) 등 타 사업부로 전환배치했지만, 이 기간동안 IM부문 총 인원은 2만7820명에서 2만8034명으로 오히려 214명 늘어난 상태다.
삼성전자는 임원 인사와 동시에 무선사업부 내 개발·구매·마케팅 분야 중복 조직도 통폐합한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어 선행 소프트웨어(SW) 개발팀이 1팀, 2팀, 3팀까지 있다면, 모두 선행SW개발팀으로 묶게 된다. 팀장(부사장·전무 급) 자리가 기존 3개에서 1개로 두자리가 줄어드는 셈이다. 무선사업부와 함께 IM부문에 속해 있는 미디어솔루션센터(MSC)에서도 전무급 이상 임원 전원이 물러나게 됐다. MSC는 애플리케이션(앱)과 미디어 콘텐트를 제작해 왔으며, 올 연말까지 무선사업부 개발실 산하로 흡수될 예정이다.
또 삼성전자 임원 일부는 호텔신라·삼성물산·제일모직(삼성에버랜드)이나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사로 소속을 옮기게 될 전망이다. 삼성 금융계열사 관계자는 “비록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삼성전자 임원은 그룹 내 최우수 인력”이라면서 “브랜드 이미지 창출이나 마케팅, 관리 부문에서는 타 계열사에서도 아직 충분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환위기 이후 최대..자문역으로 바꾸고 안식년 부여
삼성전자가 4일 임원 인사를 단행, 무선사업부 임원 총 205명 가운데 50명 가량(약 25%)을 자문역·안식년으로 전환하거나 타 계열사로 이동시킨다. 이달 1일 실시한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 무선사업부 사장 5명 가운데 3명이 퇴진한 데 이은 후속 조치다. 삼성그룹 전체로 봐도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인력 구조조정이다.저작권자 © 서울이코노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