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대리청정(代理聽政)‘'
삼성의 '대리청정(代理聽政)‘'
  • 정진건 기자
  • 승인 2014.11.1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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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인사 앞두고 '이재용 인사스타일' 관심 집중

 
해마다 삼성의 12월은 각별하다. 연말 정기인사가 있는 까닭이다. 올해는 이건희 회장이 장기 와병으로 경영공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3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내면서 분위기가 더욱 무겁다.

그래서 삼성전자에게 올 12월은 매우 중요하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분석대로 승계를 기다리는 이재용 부회장과 76년 역사의 삼성에게 대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12월은 삼성전자 4분기 실적의 윤곽이 잡힌다.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4의 성공이 결정된다. 중저가 브랜드의 신흥국 판매를 통한 중국 스마트폰업체 대응의 성패도 드러난다. 그 결과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일차적 판단의 근거가 된다.
 
삼성은 보상과 책임을 경영원칙으로 지켜왔다. 성과에 보상하고 실패할 경우 그만큼 책임도 물었다.12월 인사는 이재용의 삼성 체제를 누가 이끌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된다. 특히 삼성전자의 실적부진에 따라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말이 계속 나도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12월 자칫 인력감축의 칼바람 앞에 설 수도 있다.
 
이번 삼성그룹의 연말 임원인사는 이건희 회장이 와병인 가운데 처음으로 단행된다는 점에서 재계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도 뜨겁다. 특히 잇딴 사업구조조정과 합병상장 등으로 '이재용 삼성'체제가 가시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입김이 이번 인사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 지도 관심사다.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과 최지성 부회장의 사실상 '투톱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후계자 승계에 대해 완벽한 프로그램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이건희 회장의 부재를 맞았다. 그럼에도 삼성은 비상경영체제를 구축하지 않고도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최지성 부회장이 자리잡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과 최지성 부회장의 투톱체제는 지금까지 순항중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의 ‘얼굴’로서 대외업무를 활발히 맡는 동안 최 부회장이 실무를 책임지고 있다. 일종의 ‘역할분담’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경영수업을 받는 동안 글로벌 인맥을 넓히는 활동에 주력했다. 반면 최 부회장은 삼성 안에서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갖추고 이 부회장을 보좌했다. 이 부회장이 팀 쿡 애플 CEO나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등을 만나 현안을 해결하는 동안 최 부회장은 조용히 삼성 안살림을 챙겨 왔다.
 
문제는 연말 인사에서도 이 부회장과 최 부회장의 컴비플레이가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물론 이건희 회장이 부재하더라도 삼성의 정신적 지주로 자리잡고 있는 이상 이재용 주도의 완전한 인사가 이뤄지기는 힘들고, 최 부회장이 이 부회장을 받쳐주는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 부회장과 최 부회장이 보상과 책임이라는 삼성의 인사원칙을 깨지 않는 선에서 삼성그룹에 긴장감을 높이는 인사를 추진할 것이라는 얘기다. 최 부회장은 그 성품으로 볼 때 ‘이재용 체제’ 준비라는 이건희 회장의 주문을 충실히 이행할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그룹 인사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혹시라도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나 대립이 있을 경우 ‘불신의 씨앗’을 낳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재벌그룹의 인사는 그 특성상 항상 많은 변수들이 있다. 재벌그룹의 인사도 정치권력에서 그렇듯이 일종의 ‘파워게임‘의 산물일 때가 많다.
 
더군다나 이번 인사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이건희 회장의 재가가 없이 진행된다. 아직 정식으로 대관식을 하지 않은 ’황태자‘ 이재용 부회장 이름으로 단행하는 것이다. 왕조시대로 말하면 일종의 ’대리청청(代理聽政)‘인 셈이다. 따라서 ’실무형 재상‘인 최지성 부회장 사이에 ’작은 오해‘라도 생길 경우 그룹 전체의 불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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