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치러지는 필기시험의 성적은 취업의 당락을 좌우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한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공기업들은 정부와 국회로부터 감사를 받기 때문에 신입직원 채용 때 객관적 증거자료가 되는 필기시험 성적이 면접 점수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공기업 지원자들 가운데 한은과 금감원은 ‘투 톱(Two Top)’으로 분류된다. 한은은 올해 60명 이내로 신입직원을 채용할 예정이다. 18일 진행되는 필기시험에서 1500여명을 선발하고, 다음달 면접을 진행한다. 면접은 실무면접과 임원면접으로 진행되는데, 실무면접은 개인 프레젠테이션·집단과제·심층면접으로 진행된다. 이후 임원면접을 거쳐 다음달 말 잠정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은 관계자는 “필기시험은 전공 기본서 위주로 충실하게 공부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고, 면접에서는 평소 생각했던 것들을 담담하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가장 좋다”며 “한은 업무 특성상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의식이나 마음가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올해 공채에서 50명 내외로 신입직원을 채용할 예정이다. 필기시험 과목은 전공·일반논술·영어로 이뤄져 있다.
산업은행은 올해 50명 내외로 신입행원을 선발할 예정이다. 필기시험은 전공·논술·인적성 시험으로 진행된다. 산은 관계자는 “전공 시험은 학부 과정을 잘 이수한 학생이면 풀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라며 “새로운 것을 찾아 공부하기보다는 배웠던 것을 차분하게 되짚어보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또 논술은 최근에 이슈가 된 시사적인 내용이 주로 나오기 때문에 언론 기사를 보고 본인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면접은 자기소개, 개인 프레젠테이션, 집단토론, 팀과제 수행 등으로 진행된다. 산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면접은 태도도 중요하지만, 산은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어느 정도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은 올해 하반기 32명 내외로 신입행원을 채용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는 지방 소재 학교 졸업자가 응시할 수 있는 지역전문가 부문으로 20%, 수은에서 5개월 이상 인턴을 한 이들이 지원하는 청년인턴 수료자 부문 20%가 포함돼 있다. 나머지 60%가 일반 전형인 셈이다. 수은 관계자는 “필기시험은 일반적인 교과서나 관련 문제집에서 다뤄지는 수준”이라며 “객관식·주관식·논술식 등으로 구성되는 문제는 은행 내부에서 그 일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직접 출제한다”고 귀띔했다.
시중은행들도 최근 서류전형 합격자들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이다. 영업점에서 일반 고객과 만나는 업무가 많은 시중은행들은 지원자들의 스펙보다는 인성이나 조직 적응력 등을 중심으로 지원자를 평가한다고 전했다.
지난 6일 서류합격자를 발표한 우리은행은 250명가량을 채용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지원자의 스펙 등에 따른 선입관 없이 인성 등을 중심으로 은행에 맞는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블라인드 면접’을 실시한다고 전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아직도 많은 지원자들이 스펙·자격증 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은행권 취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은 인성·가치관·윤리성”이라며 “그러한 점을 감안해 면접과정에서 충분히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일반직 공채로 20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1차 면접을 ‘블라인드 면접’으로 진행하는 신한은행 관계자는 “예전에는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스펙이 좋은 인재를 원했지만, 최근에는 기업에 대한 관심이 크거나 조직문화에 기여할 수 있는 조직 적합성이 높은 사람들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다음달 26일 최종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오는 25일 필기시험을 진행하는 기업은행은 올해 2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다음달 2~9일 필기 합격자를 4그룹으로 나누어 합숙면접을 진행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1박2일로 진행되는 합숙면접에서는 지원자들이 자신의 열정을 드러내면서도 주변 지원자들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며 “조별로 모여 행동할 때 주변 사람이랑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신입행원으로 140명(일반직 100명·IT전산직 40명)을 채용한다. 서류접수를 끝낸 결과, 1만7800명이 지원해 경쟁률은 127 대 1에 달했다. 일반직의 경쟁률은 164 대 1을 기록했다. 농협은행은 다음달 진행되는 면접 전형에 지원자가 은행 창구직원의 역할극을 수행하는 ‘롤 플레이’ 면접이 포함돼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롤 플레이 면접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농협은행 상품에 대한 충분한 관심과 공부가 필요하다”며 “은행 영업점을 사전 방문해 창구직원들이 고객에게 어떻게 응대하는지 관찰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은행은 290명가량 채용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면접전형 중 ‘통섭역량면접’이 포함돼 있다. 통섭역량면접은 서류를 낼 때 국민은행이 선정한 권장도서 30권 가운데 지원자가 읽은 책을 기재한 뒤 이에 대해 면접관 2명과 토론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