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에는 ‘멍군’이 최고?
'기적'은 없었다..스마트폰 '쇼크'에 삼성전자가 길 길을 잃었다.
삼성전자가 믿을 구석은 역시 반도체였다. 삼성전자가 평택 반도체 공장에 15조60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기로 한 것은 급증하고 있는 반도체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글로벌 1위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애초 계획보다 1년 이상 앞당기는 것이다.
스마트폰 사업 부진으로 휘청대고 있는 실적을 다시 끌어올리고, 흔들리는 시장 리더십을 바로 세우기 위한 이재용 부회장의 승부수가 던져졌다.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반도체 사업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는 전략적 판단이 대규모 투자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삼성전자가 평택 고덕산업단지 내 반도체 공장 건설에 투입하는 15조6000억 원은 단일 생산라인 투자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 5월 가동을 시작한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공장 설립을 위해 투자한 70억 달러(7조5000억 원)의 2배가 넘는 금액이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파격적인 투자에 나선 것은 반도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실적 개선의 선봉장 역할을 맡기기 위해서다. 최근 수년 간 삼성전자의 실적 고공행진을 이끌었던 스마트폰 사업은 성장세가 둔화한 데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이 중저가 시장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리면서 ‘치킨 게임’이 불가피한 레드오션이 됐다.
이에 반해 반도체 사업은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지난 2010년 10조1200억 원의 영업이익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뒤 2012년 4조1700억 원으로 잠시 주춤했다가 지난해 6조8800억 원으로 정상 궤도에 진입했다. 올해도 상반기까지 3조81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연간 전체로는 8조 원 돌파가 무난한 상황이다.
특히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2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각각 39.1%와 30.8%로 2위권과 10%포인트 이상의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실적이 요동칠수록 무게중심을 잡아줄 핵심 사업이 절실히 필요하다. 현 시점에서 삼성전자의 중심이 될 사업은 반도체다. 이 부회장 등 삼성전자 수뇌부가 정부의 평택 고덕산업단지 조기 활용 요청을 흔쾌히 수락하고, 최첨단 반도체 산업단지 구축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평택에 새로운 생산라인이 건설되면 기흥(시스템 반도체)과 화성(메모리 반도체)을 잇는 경기 남부권의 ‘반도체 클러스터’가 완성된다. 평택에서 양산하게 될 품목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메모리 점유율 확대를 위해 낸드플래시 공장을 지을 수도 있고, 파운드리(위탁생산) 역량을 확충하기 위해 시스템 반도체 라인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어떤 식으로든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장 내 리더십을 강화할 수 있는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미국 오스틴의 시스템 반도체 공장과 시안의 낸드플래시 공장의 생산능력까지 감안하면 당분간 삼성전자의 아성을 흔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건희 회장의 건강회복과 후계구도이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그 다음’을 찾는 일은 이재용 체제의 안착과 직결돼 있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경영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따라서 이재용 체제로 전환하는 명분은 결국 삼성전자의 실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 실적은 매우 좋지 않다. 따라서 적어도 삼성전자가 가야할 좌표만큼은 그가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이 부회장은 아버지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오래 전부터 사실상 삼성전자에서 중심적 역할을 해왔다. 삼성전자의 미래를 찾는 일에도 깊이 관여해 왔다. 이 부회장은 메모리반도체와 휴대폰 같은 '이건희 사업'을 넘어 삼성전자의 내일을 이끌 '이재용 사업'을 찾아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평택 반도체 공장은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와병 뒤 그가 한 첫 단계 ‘베팅’인 셈이다. 이제 그가 제시한 방향대로 삼성전자가 굴러갈 지를 잘 봐야 한다. 만일 제대로 굴러간다면 아마도 스무 고개 중 첫 번 째 관문을 통과하게 된다고나 할까...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여전히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올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4조원대로 뚝 떨어지면서 스마트폰 부진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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