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나는 걷기전도사도 자처한다. 또 하나는 행복전도사. 걸으면서 행복을 찾는다. 돈도 들지 않는다. 그냥 운동화를 신고 가벼운 차림으로 걸으면 된다. 많이 걷다보니까 1년에 두 켤레 가량 신는다. 바닥이 헤어져 바꾼다. 내가 연간 투자하는 비용은 10만~12만원 가량. 5만~6만원 짜리 운동화를 고른다. 수십만원 짜리 비싼 운동화도 필요 없다. 아주 경제적이라고 할까.
가끔 지인들을 오풍연 산책로로 초대한다. 내가 새벽마다 걷는 길이다. 보통 9~13km 가랑 걷는다. 혼자 걸을 때는 빨리 걷기 때문에 1시간 30분~2시간 가량 걸린다. 지금까지 최고 시속은 7.4km. 그 이상은 깨지 못했다. 평균 속도는 대략 6.8~7.2km. 굉장히 빠른 속도다. 오늘은 오풍연 칼럼방 회원들과 함께 걸었다.
두 달 전쯤 된 것 같다. 오풍연 칼럼 1000호 돌파 기념으로 작은 이벤트를 갖겠다고 알렸다. 9월 초순쯤 1000호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오늘 현재 1108호째를 쓰고 있으니 칼럼을 쓰는 속도 또한 빠르다고 하겠다. 1000호는 8월 12일 돌파했다. 하루 평균 2~4개의 칼럼을 쓴 결과다. 그 때 약속한 날이 바로 오늘이다.
나는 2명 이상이면 행사를 진행한다. 오늘 걷기 행사에는 모두 세 명이 왔다. 나까지 네 명. 김진홍 김선태 김덕환 회원이랑 함께 걸었다. 오전 8시 정각 영등포구청역 벤치에서 만나기로 했다. 다 제 시간에 왔다. 걷기에는 최고 좋은 날씨였다. 해도 뜨지 않고, 덥지도 않았다. 비가 오면 어찌하나 걱정도 했는데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오늘은 9km 코스를 선택했다. 처음 걷는 분들에게는 13km가 멀리 느껴질 수도 있다. 아주 천천히 걸었다.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평소 내가 걷는 속도의 절반 가량 빠르기로 걸었다. 영등포구청을 출발해 목동교-양평교-양화교-한강합수부-성산대교-선유도-양화대교를 경유하는 코스다. 중간에 두 번 쉬었다. 한강합수부 오풍연 의자와 선유도 안에 있은 정자에서.
우리 넷 다 보통 사람들. 사람 사는 얘기를 했다. 직장 얘기도 하고, 아이들 얘기도 한다. 그리고 시국 걱정까지. 나이는 내가 가장 많다. 세 분은 50대 초중반. 내가 그분들보다 얘기를 좀 많이 했다. 인생 선배로서 조언도 했다. 오풍연 칼럼을 통해 내가 어떻게 사는지 대충 아는 분들이다. 세 분 모두 초면은 아니다. 그래서 더 자연스러웠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먹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당초 계획은 감자탕집에 들를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집이 문을 닫았다. 할 수 없어 종종 이용하는 허름한 보리밥집으로 갔다. 뚝배기보다 장맛이라고. 집은 누추해도 음식은 아주 잘 나온다. 오삼불고기를 시켰다. 밥을 한 공기 더 시켰으니 맛이 좋았다는 얘기다. 가격도 싸다. 1인분에 7500원. 그리고 소주 한 잔.
이어 영등포구청에서 운영하는 커피숍에 들렀다. 커피값은 1500~2000원. 1만원의 행복을 맛본 하루였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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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