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논란에도 입법조치 안해"…대통령·기재부장관 피청구인
[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세무사 자격시험이 세무공무원 출신 응시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해 일반응시자가 큰 피해를 봤다는 내용의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17일 노동계에 따르면 세무사 자격시험 수험생 256명은 이날 오전 헌법재판소에 이같은 내용의 헌법소원 심판청구서를 제출했다. 피청구인은 문재인 대통령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연합뉴스가 입수한 청구서에서 수험생들은 대통령이 세무사 합격자 선정방식을 응시자 유형에 따라 분리하도록 하는 대통령령을 제정하지 않은 것과 기재부 장관이 사실상 상대평가로 합격자를 결정하도록 한 행위가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통령에 대해 "시험에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에 규정하면서 헌법상 보장되는 청구인들의 행복추구권,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다"며 "하지만 매해 반복되는 응시생간 불평등 논란에도 아무런 입법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재부 장관에 대해서는 "대통령령에 근거해 세무사 자격시험에 관한 제반업무를 한국산업인력공단에 위탁했다"며 "기재부 지휘를 받은 공단은 세무공무원 응시자에 유리하도록 시험을 내고 채점도 후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세무사 자격시험은 1, 2차로 나뉜다. 이중 2차 시험은 회계학 1·2부, 세법학 1·2부 등 4개 과목의 평균점수가 높은 순서로 합격자가 결정된다. 다만, 한 과목이라도 40점에 못미치면 탈락이다.
지난해 제58회 세무사 자격시험에서 논란이 일어난 과목은 세법학 1부다. 일반응시생 3962명 중 82.1%(3254명)가 이 과목에서 40점 미만을 받아 과락으로 탈락했다.
이처럼 어렵게 출제된 세법학 1부를 세무공무원 출신 수험생 상당수는 아예 면제받았다. 현행법상 20년 이상 세무공무원으로 일했거나, 국세청 근무경력 10년 이상에 5급 이상으로 재직한 경력이 5년 이상인 공무원은 세법학 1·2부 시험을 면제받기 때문이다.
일반응시생들이 대거 탈락한 과목을 세무공무원 출신은 면제받으면서 세무공무원 출신 최종합격자가 많아졌다.
지난해 세무사 자격시험 전체합격자 706명 중 세무공무원 출신은 237명(33.6%)에 달한다. 이중 2차 일부과목을 면제받은 세무공무원 출신은 151명이다.
전체합격자 중 2차 시험의 일부과목을 면제받은 합격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6년 4.26%(634명 중 27명), 2017년 2.38%(630명 중 15명), 2018년 1.24%(643명 중 8명), 2019년 4.83%(725명 중 35명), 2020년 2.39%(711명 중 17명), 지난해 21.39%(706명 중 151명)다.
일반응시자들은 채점 과정에도 이의를 제기하며 답안지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세무사 자격시험과 관련해 감사에 나선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