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정 칼럼] “각 부처가 청년 일자리 문제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청와대 일자리 점검회의에서 장관들을 질책한 말이다. 그는 집권하자마자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설치하고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독려해왔다. 그럼에도 작년 청년실업률은 9.9%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20대 청년의 35.8%인 231만 명이 실업자다. 매우 실망스런 결과다.
문재인 정부는 그러나 법인세를 올린데 이어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친(親)노동정책으로 시장을 옥죄는 정책들을 펴왔다. 대기업들은 정부 눈치를 보며 속만 태운다.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은 일자리를 늘리기는커녕 인건비 때문에 직원부터 줄인다. ‘일자리 늘리기’가 ‘일자리 줄이기’로 둔갑한다. 반(反)기업, 반(反)고용 정책을 내놓고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하는 꼴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일자리를 민간이 만든다는 것을 “고정관념”이라고 단정하며 “비상하고 과감한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대통령 자신의 신념인지 참모들의 건의였는지는 몰라도 정말 걱정이다. 일자리 창출이 민간기업의 몫이라는 평범한 상식까지 외면하려드니 말이다. 도대체 특단의 대책이 뭘까. 이 정부가 내놓은 대표적인 일자리 대책이라는 게 고작 천문학적인 세금을 퍼붓는 공공부문 일자리 늘리기였으니 이 정책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인가. 여기에 대기업들에게 강제로 신입사원을 채용하도록 압박하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도깨비방망이’이라도 있는가.
최근 경제 현장을 찾은 장관과 청와대 참모들이 자영업자나 근로자들에게 정책홍보를 하려다 오히려 ‘현실을 모르는 정책’이라는 훈계(?)를 들었다고 한다. 최저임금 지원을 위한 정부의 ‘일자리 안정자금’은 시행 한 달이 다 돼도 대상근로자 300여만 명 중 겨우 0.7%만 신청했다고 한다. 다급해진 정부는 공무원들을 동원, 중소업체들의 자금 지원 신청을 받아오라고 볶는다고 한다. 이는 대통령의 현실을 무시한 ’무리한 요구‘가 불러온 부작용의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지난 30년 동안 선진국들은 법인세를 줄이는 정책을 펴 왔다. 미국과 프랑스의 새 정부도 법인세를 과감하게 줄였다. 기업들은 투자를 늘리고 새 일자리도 제공한다. 임금도 오른다. 심지어 보편적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북유럽 국가들도 법인세를 낮춰 외국인 투자유치에 힘쓴다. 이처럼 선진국들은 ‘소득주도 성장’이 아니라 ‘투자활성화를 통한 성장’을 추구한다. 이미 그 효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는 정반대다. 과연 선진국들은 바보여서 그럴까.
당장 필요한 ‘특단의 조치’가 뭘까. 툭하면 세금이나 축내는 사회주의식 처방을 버리고 시장경제 원리에 맞는 정책기조로 돌아가는 것이다. 세금 부담이 줄고 규제가 풀려 기업들이 공장과 연구소 등을 세우면 새 일자리와 소득이 창출되고 소비도 늘어 경제가 활성화한다. 세수(稅收)도 는다. 이런 선순환이 시장경제의 힘이다.
정부 역할은 부담완화, 규제개혁 등 투자환경을 개선함으로써 기업들이 스스로 나설 수 있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또 기업이 법 테두리 안에서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도록 감시자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더 이상 세금으로 공무원이나 늘리고 기업들을 쥐어짜 억지로 고용을 늘리게 하는 짓은 없어져야 한다.
요즘 문재인 정부의 사회주의식 정책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대통령이 주사파 출신 좌파 참모들에 둘러싸여 이념적 수렁에 빠진 게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은 이런 참모들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이념에 충실한 인재들로 물갈이해야 한다. 지나친 친(親) 노동정책도 단호하게 바꿔야 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막는 좌파 이념에 매몰된 귀족노조도 변해야 한다. 자칫 기회를 놓치면 구조개혁과 체질개선을 통한 성장은 물 건너간다.
시장을 죽이는 정책, 국민혈세를 퍼붓는 정책의 피해자는 바로 국민이다. 분수(分數)를 넘는 복지 확대는 국가 재정을 파탄시킨다. 사회주의식 포퓰리즘 정책으로 나라를 망친 사례는 많다. ‘퍼주기식 인기영합주의’ 정책으로 재정이 거덜 난 베네주엘라의 참상과 그 교훈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장관, 청와대 핵심 참모들에게 묻고 싶다. 번영하는 역사를 만들어 갈 것인가, 아니면 후퇴하는 역사를 남길 것인가. 그리고 꼭 들려주고 싶다. ‘정권은 유한(有限)하다. 그러나 국민과 역사의 심판(審判)은 영원하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김강정 ( kkc7007@daum.net )
사단법인 선진사회만들기연대 공동대표
학교법인 운산학원 이사
(전) 경원대(현 가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우석대 신문방송학과 초빙교수
(전) iMBC사장, 목포MBC사장
(전) MBC보도국장, 논설주간, 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