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정칼럼> 우리는 특수한 분열 DNA를 물려받은 것인가. 남북 분단도 서러운데 분열행진은 끝이 없다. 지역갈등이 아직도 진행형인데 언제부턴가 좌파세력의 확장과 함께 좌우 이념갈등, 빈부갈등, 세대갈등, 역사교과서갈등 등 분열과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지금은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반 국론 분열이 한창이다.
문제는 이념세력이 그 배후에 독버섯처럼 파고들었다는 사실이다. 이젠 거의 모든 갈등과 분열 현장에서 이념세력이 노골적으로 활개를 친다. 불법도 서슴지 않는다. 지금 대한민국은 틈만 있으면 갈등과 대립으로 갈기갈기 찢어지는 악성(惡性) 세포분열을 하는 중이다.
서울광장(서울시청 앞)과 광화문광장의 태극기집회와 촛불집회 두 현장을 주말(2월11일, 토) 초저녁에 가보았다. 두 집회는 세종대로(구 태평로)에서 남북으로 100m정도 떨어진 곳에서 대통령 ‘탄핵 반대’와 ‘즉각 탄핵’을 외치고 있었다. 경찰 버스 벽(壁)이 없다면 금방이라도 충돌할 것만 같았다. 최전방 휴전선의 남북 분단 현장이 연상됐다. 섬뜩함이 가슴을 찔렀다.
촛불집회가 대통령 탄핵을 외치며 먼저 불을 붙였지만, 뒤늦게 나선 탄핵 반대 태극기집회도 빠른 속도로 세(勢)를 키워왔다. 국론이 갈라지고, 국민 분열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내려도 어느 한쪽의 민심이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하지 않을까 걱정해야 할 판국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어떤가. 이런 비극적인 상황을 오직 정치적 야망을 이루는 수단으로 악용하기 바쁘다. 심지어 어떤 대선 주자는 “탄핵이 기각되면 혁명밖에 없다”면서 막가파식 반(反) 헌법적 협박과 선동도 서슴지 않았다. 권력욕에 눈이 뒤집히지 않고는 내뱉을 수 없는 폭언이다.
대다수 대선주자들에게 국가와 국민의 미래는 없는 것만 같다. 오로지 대통령 선거의 이해득실만 따진다. 입만 벌리면 국민여론을 팔아먹는다. 민심을 내세우며 헌법재판소도 협박한다. 자기 입맛에 맞는 경우만 골라 말장난을 한다. 정작 국민 절대다수가 지지하는 사드배치에 대해서는 딴소리를 늘어놓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즉각 재개도 주장한다. 그러다가 여론을 살피며 비열하게 말을 바꾸기도 한다. 세력이 커진 좌파 눈치를 보는 것인지, 아니면 북한 김정은이나 중국 눈치를 보는 것인지 알쏭달쏭하다. 이들이야말로 국민을 분열과 갈등으로 찢어발겨서라도 표(票)만 되면 좋다는 사람들이다.
이 와중에 여야 4당 원내대표가 2월 13일 헌법재판소 결정에 승복하기로 구두 합의했다. 뒤늦게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의원총회나 국회 결의로 명확하게 다짐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국민의 신뢰를 받기 어렵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 불신이 얼마나 뿌리 깊은가.
결정의 순간은 다가오고 있다. 헌법재판관들은 오로지 역사에 책임지는 각오와 용기로 사명감을 갖고 명쾌한 판단과 논리로 심판을 내려야 한다. 탄핵 찬반 세력이 어떤 압박을 해와도 오직 법과 원칙만을 생각하며 양심에 한 점 부끄럽지 않은 결정을 당당하게 내려주기 바란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지도자는 어떤 인물인가. 먼저 헌법재판소의 어떤 결정도 절대 승복하겠다고 국민 앞에 스스로 엄숙히 다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탄핵 찬반집회 현장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고, 그 결과를 따릅시다! 탄핵을 찬성하든, 반대하든 그것이 바로 법치주의이고 성숙한 민주시민의 도리(道理)입니다’라고 용기 있게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헌법재판소 결정은 승복하고 말고 할 대상도 아니지 않은가. 내 마음에 안 들어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곧 법치주의이고 민주주의다.
탄핵정국이 국민 분열로 치닫고 있다. 이런 위중(危重)한 때에도 ‘국민 대 통합의 메시지’는커녕 ‘분열과 대립’을 조장하는 반(反) 국가적 정치인은 대통령은커녕 아예 정치권에서 추방시켜야 한다. 나라 발전을 저해(沮害)하는 암적(癌的) 존재들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탄핵정국을 뛰어넘는 대 통합의 메시지를 당당하게 외칠 수 있는 양심적이고, 희생적이고, 강력한 리더십을 절실하게 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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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강정 ( kkc7007@daum.net )
사단법인 선진사회만들기연대 공동대표
학교법인 운산학원 이사
(전) 경원대(현 가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우석대 신문방송학과 초빙교수
(전) iMBC사장, 목포MBC사장
(전) MBC보도국장, 논설주간, 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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